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적자 줄이려 국내선 늘리는 LCC… '출혈 경쟁'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제선 운항 재개가 어려워지면서 LCC(저비용항공사)들이 국내선 신규 취항을 확대하고 있다. LCC 업계에서는 실익보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존을 위해 국내 노선을 늘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 사업제재가 풀린 진에어(272450)는 LCC 중 가장 적극적으로 국내선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자 같은 해 8월 진에어 제재를 결정했다. 현행 항공법상 외국인이 등기임원을 역임한 것은 면허 취소 사유다. 당시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대신 자구계획 이행을 조건으로 신규노선 허가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재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국내 5개 노선에 동시에 취항한 진에어는 제주항공을 제치고 LCC 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의 국내선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5월에는 △김포~부산 △대구~제주 △김포~광주 노선을, 6월에는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 등에 신규 취항했다. 이에 따라 진에어의 6월 한 달간 운항 수는 1978편을 기록하며 전달인 5월(1725편)보다 약 14% 증가했다.

조선비즈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LCC(저비용항공사)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확대하는 추세는 진에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에어서울은 오는 21일부터 김포~부산(김해) 노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초 김포~제주를 제외한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 지 약 5개월 만에 첫 국내선 노선 확대다. 또 에어서울은 제주 노선 운항을 하루 8편까지 늘렸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횟수다.

제주항공(089590)역시 지난 4월 신규 부정기 취항했던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의 운항 횟수를 늘려 정기편으로 전환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광주~양양, 부산~양양 등에 신규 취항하면서 국내선을 8개로 늘렸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지난 6월 144편을 운항해 전달(92편)보다 운항 수가 52% 늘어났다.

항공사들이 위기 속 각자도생하다 보니 같은 계열사 LCC끼리 노선이 겹치는 ‘팀킬(Team kill·아군 공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LCC인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은 김포~부산(김해) 노선을 두고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어부산이 이미 매일 11회씩 운영 중이던 김포~부산(김해)노선에 에어서울이 오는 21일부터 하루 4편씩 매일 운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CC들의 경쟁적인 국내선 확대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적자를 면해보려는 발버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흑자는 기대도 안 한다. 조금이라도 수요가 있는 국내선을 늘려서 고정비에 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마저도 국내선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새롭게 생기는 노선 공급이 많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아주 높은 노선을 제외하면 같은 계열끼리는 취항 시 교통정리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런 이례적인 겹치기 운항은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그만큼 생존이 어렵다는 신호"라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