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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중장기 공급효과 기대되지만…집값 급한불 끄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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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 부동산 공급 대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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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조합들이 기피하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짜깁기한 수준인 '청년 민심 달래기용' 대책에 불과합니다."

4일 발표된 부동산 공급 대책을 긴급 진단한 업계 전문가 5인(백준 J&K 도시정비 대표,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은 "정부가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정책 실효성이 부족해 또 한 번 '보여주기'식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 정비사업 활성화, 도심 고밀 개발, 유휴용지 활용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실수요층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정부가 밝힌 공공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도심 고밀 개발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 공급 계획에서 그간 정비사업 규제 일변도 기조를 깨고 용적률 등 규제 완화 계획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제 조건으로 '공공 참여형(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참여)'이라는 실현되기 어려운 단서를 달았다는 것이다.

심교언 교수는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공공임대·분양을 늘리라는 것인데 임대를 기피하는 강남권에선 차라리 용적률을 안 받고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1대1 재건축을 선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준 대표도 "결국 집값을 잡기 위해선 도심 요지에 양질의 주거 단지가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민간 재건축 규제를 일시적으로라도 감면·완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송인호 부장은 "공공임대 외에도 입주 당시 시세와 분양가격을 비교해 일정 비율 정부와 민간이 시세차익을 나눠 갖는 '분양 이익 공유형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부가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산, 상암 등 도심 유휴용지 활용 계획과 관련해서도 의도는 좋지만 입지의 가치와 활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민심 달래기용'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 내 최고 입지인 용산에 주택만 몰아 짓는다는 건 명동에 텃밭을 만든다는 것과 비슷하게 입지의 효용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용산은 홍콩에서 철수하는 금융사들을 유치해 금융특구로 조성하는 등 장기적인 부가가치를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형 교수는 "얼마 안 되는 유휴용지만으로 주택 공급을 충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인근 주민들 반대도 심할 것"이라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처럼 도로나 터미널 등 노후 인프라스트럭처를 정비하면서 주택 공급을 섞는 복합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청년층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심교언 교수는 "청년층이 일단 호응하겠지만 20년 전매제한 등이 걸리면 생애주기에 맞춘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정형 교수는 "정부가 임대만 고집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분양형 주택을 새로 도입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청년층이 일찌감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급 대책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양지영 소장은 "이번 대책은 집값 안정화와 무관한 '복지정책'"이라면서 "중산층의 서울 신축 아파트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인호 부장은 "정부가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유도해야 주택 구매 수요가 가라앉고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정부의 차후 추가 세부 대책 발표에 따라 영향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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