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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국판 설록홈즈`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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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법 발효로 5일부터 `탐정` 명칭 사용 가능

수사중 사건 증거 수집 등 합법과 불법 경계 `모호`

"탐정업무 법에 적시해야…자격시험·허가제도 필요"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사설탐정의 대명사 격인 `셜록 홈즈`나 `코난`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그동안 `민간조사원(Private Investigator)`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정식으로 탐정사무소를 열고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경찰과 같은 공적 수사기관이 해소해주지 못한 부분을 채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탐정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만 이뤄졌을 뿐 이들이 어디까지 수사나 조사를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 구체적 법령이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다. 탐정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법과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사진= 이미지투데이)




양지로 나온 탐정…`한국판 셜록홈즈` 길 열렸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5일부터 시행돼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리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탐정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을 만큼 선진국에서는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련법에서 탐정이란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그동안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탐정업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탐정은 경찰 등 공적기관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국민들의 치안에 대한 요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범죄·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나 증거 확보, 특정인의 소재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관련업계도 이번 법 시행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유우종 호서대 벤처대학원 평교원 FPI(민간조사최고전문가)과정 주임교수는 “탐정이란 말을 쓰지 못하게 하니 불법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등장했고 이들이 폭력이나 협박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며 “(이를 양성화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합법·불법 경계 모호…아직은 `반쪽짜리` 제도

다만 셜록홈즈나 코난처럼 맹활약하는 탐정이 등장하기에는 아직까지 제도적 장치가 태부족이다. 현행법 상으로는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탐정업무라고 생각하는 일부 업무들이 제한되다보니 `반쪽짜리 탐정`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증거 수집은 변호사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사기 사건에서 상대방의 범행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한다거나 교통사고 사건에서 인근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할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잠적한 채무자나 범죄가해자의 은신처를 파악하는 행위도 위법 소지가 있다. 각각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경우에 따라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한 탐정활동의 위법여부는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사안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행위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모호함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탐정업무 분명히해야…자격시험·허가제 필요”

이를 위해 탐정에 관한 법률 등 제도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탐정이 할 수 있는 업무 경계를 확실하게 명시해야 탐정제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변호사법 등) 개별법에 의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면 탐정업무가 위축될 소지가 있고 불법행위도 많아질 것”이라며 “탐정 관련법을 만들어 이를 규제하는 것이 제도 안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민간자격증에 의존하고 있는 탐정업에 대한 허가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불법 흥신소 등이 탐정사무소로 이름만 바꿔 영업을 하게 되고 경쟁이 심화하면 불법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되기도 했다.

김원중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탐정업에 대해 단순한 신고제를 채택할 경우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며 “일정한 요건을 가진 자에 대해 자격시험을 통해 그 전문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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