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사설]서민 주거안정과 동떨어지고 조율도 안 된 주택공급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도권에 총 13만2천 가구 규모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4일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공공재건축 도입을 통해 수도권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과 용산 미군기지 캠프킴 등 도심 내 군부지와 정부과천청사 일대, 서울지방조달청, 서울의료원, 서울주택도시공사 부지 등 17곳을 공공택지로 개발해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주고, 35층으로 묶인 주택 층고제한도 50층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신속한 공급효과를 위해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 공급물량을 3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그린벨트를 손대지 않고 유휴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물량은 고밀도 개발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물량에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장 불안을 해소하려 한 정부의 노력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물량 맞추기에 급급해 서민 주거안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부터 성공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 공공재건축은 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로 장기임대주택과 무주택자, 신혼부부·청년들에게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재건축 시행자인 조합에는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완화해주는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에 해당하는 주택을 환수하는 방식으로 5년간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묶어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대가로 공공·임대 물량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재개발 조합들의 호응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부정적이다. 조합들의 참여가 저조할 경우 장기임대주택과 공공분양 목표를 채울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이날 층수제한 완화로 한강변 아파트가 50층까지 올라가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시경관 훼손, 도심 과밀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뒤늦게 “층수 제한을 50층까지 완화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중대 사안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채 발표되었다니 황당하다. 이런 졸속과 혼선을 빚은 주택공급안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려 했다면 대안으로 떠오른 토지임대부 주택 조성 등 과감한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 그런데 태릉골프장 등 국공유지에 일반분양 위주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에 그쳤다. 현행 방식대로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비싸게 매각하고 건설사가 마음대로 건축비를 책정한다면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인 고가주택만 공급된다. 이런 대책이라면 “서민 주거안정이 아닌 투기 조장대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