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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여적]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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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탐정관련 일러스트 / 김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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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베이커가(街) 221B. 셜록 홈스 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번지수다. 홈스가 1881년부터 1904년까지 살았던 하숙집이자 사무실 주소다. 지금은 당시 모습을 재현한 셜록 홈스 박물관이 작은 집에 꾸며져 있어 ‘셜로키언’으로 불리는 홈스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서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 시리즈 주인공인 홈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이다. 하도 유명해서 실존 인물로 오인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드라큘라·프랑켄슈타인보다 많은 200여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와 영화화 캐릭터 1위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소설 속 집주소는 원래 없었는데 런던시가 1930년에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앞뒤에 챙이 달린 사냥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탐정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그로부터 나온 것이다. 홈스는 “불가능한 점을 제외해 나가면 진실이 남는다”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등의 어록을 남겼다.

일본에는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이 있다. 둘 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밀실 살인사건의 추리를 마친 뒤 “범인은 이 안에 있다”고 외치는 장면이 짜릿한 재미를 준다. 명탐정 코난의 이름은 당연히 코넌 도일에서 따온 것이다.

세계 최초의 사립탐정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외젠 비도크다. 50여차례나 탈옥한 흉악범 출신인 그는 경찰에 스파이로 고용돼 특별수사대장까지 승진하며 범죄자 2만여명을 잡았고 은퇴 후 탐정사무소를 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흥신업이 들어오면서 탐정 개념이 생겼는데 지금껏 공인된 적이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탐정제도를 합법화하지 않았다. 도청·감시·청부폭력 등 불법행위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에 따라 5일부터 국내에서도 탐정 명칭을 쓸 수 있게 됐다. 탐정·탐정업·탐정사무소가 공인된 것이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에 앞서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 같은 탐정이 당장 나오는 건 아니다. 수사·재판 중인 사건의 증거 수집은 불법이라서다. 한국 탐정은 법 테두리 안에서 관찰·탐문하는 민간 조사원이다. 사생활 침해 같은 불법행위가 없어야 탐정제도가 유지될 것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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