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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레바논 할퀸 질산암모늄, 2002년 발리 테러범 살상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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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간)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현장에서 헬리콥터가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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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 최소 73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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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대형 폭발 사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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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초 폭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폭발은 질산암모늄 탓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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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은 암모니아와 질산을 반응시켜 만든다.


지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2013년 4월 17일 미국 텍사스 서부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도 이 질산암모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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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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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 비료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질소 화학비료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지만, 화약 등 무기 제조의 기본 원료로도 사용된다.

폭발성이 강한 화합물인 질산암모늄은 화염이나 다른 발화원과 접촉하면 심하게 폭발한다.

폭발력은 질산암모늄이 암모늄과 아산화질소, 수증기로 매우 빠르게 분해되면서 발생한다.

질산암모늄 1㎏은 TNT 0.42㎏과 맞먹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레바논 정부의 발표대로 베이루트 항구에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있었고, 그것이 폭발했다면 TNT 1155톤이 폭발한 것과 맞먹는 셈이다.

이는 1960년대 초 미국에서 생산됐던 초소형 핵탄두 W54와 맞먹는 위력이기도 하다.

W54는 TNT 10~1000톤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TNT 25톤에 해당하는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베이루트 항구 폭발은 이리역 폭발사고의 46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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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1월 11일 밤 9시 20분께 전북 이리역 구내에 서있던 폭약화차에서 22t의 다이너마이트와 초연폭약 등이 터져 56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중경상을 당했으며, 9500여 동의 건물이 파괴된 대참사의 현장. 화차가 서있던 4번선 일대는 지름 30m 깊이 20여m의 폭심이 분화구처럼 파여졌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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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 현장.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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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47년 미국 텍사스 주 텍사스 시 항구에서는 담배꽁초를 잘못 버리는 바람에 종이 자루에 담긴 질산암모늄 약 2300톤이 폭발했다.

당시 16㎞ 떨어진 갤버스턴 지역 사람들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또, 질산암모늄을 운반하는 선박이 폭발하면서 항구 근처의 화학 탱크와 정유공장이 연쇄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사고로 581명이 사망했다.

질산암모늄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벌어진 테러의 도구로 사용됐고, 당시 168명이 사망했다.

2002년 발리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폭발사고에서도 202명 사망했는데, 이 테러 공격에서도 질산암모늄이 사용됐다.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비료로 만들어진 질산암모늄이 오히려 사람을 살상하는 데도 사용되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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