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시작돼 갈등 고조 속 매체 상호 제재 난타전 격화
"미국이 중국 기자들 내쫓는 것은 디커플링 전략의 일환"
홍콩 신문가판대의 뉴욕타임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깊은 갈등이 언론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양국이 서로 상대 영사관을 폐쇄한 데 이어 대대적인 기자 추방 조치를 주고받을 조짐이다.
미국이 중국 기자들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면 중국도 본토와 홍콩에 있는 미국 기자를 추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에 있는 중국 기자들이 아무도 비자를 연장받지 못했다고 지난 4일 말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 기자들의 비자를 3개월로 단축한 바 있는데 비자 만기는 오는 6일이다.
미중 양국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상대국 언론을 문제 삼으며 갈등을 벌여왔다.
미국이 신화통신 등 5개 중국 관영 매체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해 규제하자 중국은 인종차별적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는 것을 빌미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3명을 추방했다.
중국은 3월에는 미국 신문사 3곳의 기자 10여명의 기자증을 취소했고 취재를 지원하는 일부 중국인 인력의 노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같은 달 미국은 중국 5개 언론사가 고용할 수 있는 기자 수를 제한해 60명의 기자를 사실상 추방했다. 이 조치로 중국 기자 수는 160명에서 100명으로 줄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 기자들의 비자 규정을 강화한 데 이어 6월에는 CCTV, 환구시보 등 4곳을 외국사절단으로 추가 지정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AP통신 등 미국 언론사 4곳의 경영자료를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홍콩 자치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중 갈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의 언론 전쟁도 격해졌다.
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중국 기자들을 내쫓는 것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위해 움직이는데 중국에 비난을 집중시키는데 '올인'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 기자들을 모두 철수시키면 양국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이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할 처지라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사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자회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미 중국은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의 왕 대변인은 중국이 자국 매체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탄압에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날 말했다.
그는 특히 홍콩에 있는 미국 기자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홍콩의 미국 기자들이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홍콩 특구는 중국의 일부"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탄압에 대응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외교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도 전날 "홍콩에 수백명의 미국 기자가 있는데 중미 매체 전쟁이 격화하면 누가 더 다칠지는 뻔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홍콩 시위 때부터 미국 등 서방 매체의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해왔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한 미국인 기자는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홍콩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그는 "본토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오랫동안 직면했던 것과 같은 장애물이 홍콩 기자들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디지털 뉴스 인력을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는데 비자 발급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본토에서 사실상 추방당한 베테랑 기자가 홍콩에서도 비자를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다른 미국 언론 기자는 많은 기자가 홍콩에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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