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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류시현의 톡톡톡] 21세기 대전역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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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파르테논 신전이나 콜로세움을 바라보면서 우리 선조들도 나무대신 돌로 건물을 만들었더라면 수많은 전쟁을 거친 후에도, 지금까지 남아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관광상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과거지사고요. 지금 우리는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가 출발하는 대전역에 다녀왔습니다. 대전역 뒤쪽으로 1930년대 철도 관계자들이 거주하던 소제동 관사촌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데요, 보통의 도시라면 벌써 재개발이 돼서 아파트가 들어섰던지 해서 신기루처럼 사라졌을텐데, 이곳은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밤’이었는지 다행히 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곳이, 1930년대의 틀안에 프리미엄을 얹어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과 삶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로, 2020년의 감성과 문화를 담아 다시 숨쉬기 시작했더군요.

노부부가 심었던 대나무 몇그루는 할머니가 아프셔서 방치된 사이에 대나무 숲으로 자라있었는데요, 이제는 그곳을 바라보며, 바람에 스치는 대나무 이야기를 들으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고요. 또 어느 곳은 노모와 함께 살던 아티스트가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을 담은 작품을 설치해서 갤러리가 된 곳도 있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이 여정을 시작하는 관사16호 앞에는 기분 좋은 커피향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21세기 테크놀로지, 로봇 바리스타가 있더군요.

관사 한 채를 그대로 살린 공연장도 있는데요, 콘서트도 연극도 뭐든지 한다는데, 집 지을때부터 쭉 거기 있는 목조와 벽들이 함께 만들어주는 울림이 좋았습니다. 작은 골목을 걷다보면 옆집을 살짝 훔쳐볼 수 있는 그루터기도 놓여져 있구요. 그날의 추억을 찰칵하면, 흑백 감성을 살린 사진을 인화해서 손에 잡게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충남 대전에서 ‘파운드’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고요.

목포나 군산과는 또 다른, 이 매력적이고 유니크한 공간은 대전역에 내려서 도보로 10분정도면 갈 수 있는데요. 2년 시한부라는 말에 서둘러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아파트단지로 재개발 결정되면 사라진다네요). 우리의 근대역사와 생활 문화사적 의미가 살아있는 이 곳, 우리 후세에게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네요.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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