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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는데 등교하라고?…혼란에도 정부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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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에 따른 학교 휴업 여부가 관할 교육청 재량에 따라 결정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의 등교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 지역 내 확진자에 따른 등교제한과 관련해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한 학교 등교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기관 모두 지역 방역당국과 관할 교육기관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의 교내가 아니라 지역 내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등교제한 여부는 교육부 및 학교장 재량 사항"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개별학교 차원의 원격수업 전환 여부는 시·도 교육청과 학교장이 협의하고 지역 방역당국과 논의한 후 결정하면 된다"며 "확진자 발생 지역 전체 학교가 휴교를 하는 경우에만 교육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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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중대본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일부 지역 교육청은 오락가락 등교제한 대책을 시행했고, 이는 학부모들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의 70%가 자체적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등 혼란이 일어났다.

지난달 19일 제주도교육청은 제주시 한림읍 내 모든 초·중·고교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원격수업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한림읍에서 21~23번 확진자 발생에 따른 조치로, 지역 모든 학교가 등교중지로 전환되는 첫 사례였다.

반면 며칠 후 한림읍과 관련된 26번 확진자가 학교 앞 마트 ATM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애월읍 어도초등학교는 정상 등교 결정을 내렸다. 어도초 학부모들은 제주도교육청에 학교 휴업을 요구했으나, 제주도교육청은 "한림읍의 조치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교내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이상 원격수업 전환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어도초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등교를 거부했다. 전체 학생 122명 중 78명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며, 등교 거부는 사흘 가까이 이어졌다. 교육청 직원들과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이 직접 학부모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소통한 이후에야 정상 등교가 이뤄졌다.

어도초 학부모회는 "26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학교 바로 정문 앞에 있으며, 아이들이 점심시간이나 등하교 시 수시로 이용하는 마트"라며 "작은 시골 마을에서 부주의한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건 삽시간이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위험 속에 내몰 수 없고, 행정 편의를 위해서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어도초만 휴업할 경우 도미노 현상으로 애월읍에 있는 다른 학교까지 등교중지 요구가 이어지게 되고 이럴 경우 주민 불안심리만 가중된다"며 "제주도 방역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어도초는 확진자 발생 우려가 없고 등교수업을 중지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자문을 했다. 간담회를 통해서 학부모들과 오해도 다 풀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중대본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아 지역별로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당시 교육부는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반면, 방역당국은 "학교가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다"고 하는 등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메르스 발병 한 달 만에 '휴업기준 및 교육과정 운영 안내'라는 등교중지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교육부와 중대본은 모두 지역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학생들의 심각한 안전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적인 코로나19 관련 등교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교가 감염병에 예민한 장소라는 점에서 관계 기관을 아우르고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중앙정부에서 명확한 기준을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사태가 일반적인 교육 상황으로는 예상이 안 된다. 교육부가 할 일은 이런 특별한 상황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해주는 것"이라며 "등교중지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등교수업보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 생명과 직결됐기 때문에 전문적인 정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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