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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마음껏 숨 쉬는 세상 향한 트럼펫 소리…한무권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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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초이앤라거 갤러리 '트럼펫'展…내달 6일까지

연합뉴스

한무권 작가가 신작 '트펌렛'의 공기 페달을 밟아 소리를 내고 있다. [초이앤라거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공기청정기에서 나온 공기는 굵은 호스를 통해 산소발생기와 공기압축기를 거친다. 호스 끝에는 트럼펫, 리코더, 프렌치혼 등 관악기가 설치됐다. 호스에 연결된 페달을 밟으니 악기가 "삑~"하고 소리를 내뱉는다.

악기 뒤 의자에는 올리브 나무 화분이 있고, 그 위로 천장에 왕관을 연상케 하는 조명과 실제 왕관 모형이 걸려있다.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무권 개인전 '트럼펫'에 전시된 신작 '트럼펫'이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경주에서 태어났다. 고향 인근 원자력발전소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북한 핵 관련 뉴스 등을 보고 핵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갔다.

막연한 관심으로 지식을 쌓았지만, 발전소를 견학하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작품으로 이어졌다.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 대학원 순수미술과와 스코히간회화조각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와 발전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발전소에서 쓰이는 순수한 물과 공기에 주목했고, 자연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작품을 내놓게 됐다.

'트럼펫'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공기청정기와 산소발생기를 거친 공기는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불순물 없는 공기를 의미한다. 발전소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전시장에서는 소리가 만들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음껏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지 못하는 현실도 반영했다. 코로나(corona)는 라틴어와 스페인어 등에서 왕관을 뜻한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보면 왕관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올리브나무는 고대의 올리브 관을 상징한다. 조명은 작가가 상상한 미래의 왕관이다.

한무권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도 떠올렸다. 플로이드는 목숨을 거두기 전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마스크를 쓰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세상이다. 숨쉬기가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또 있을까"라며 "순수한 공기로 숨 쉴 수 있게 되는 희망을 담고자 했다"고 작품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예술이 우아하고 멋진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깨끗한 환경과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올바른 게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전시에 나온 '드럼'은 '트럼펫'에 앞서 전기를 소재로 자연의 희생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방사능 폐기물을 담은 드럼통을 보고 동음이의어인 악기 드럼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다. '트럼펫'에서 순수한 공기로 트럼펫을 불었다면 '드럼'에서는 순수한 물로 만든 얼음으로 드럼을 두드린다.

전시는 설치와 영상, 사진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다음 달 6일까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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