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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살갗’ 벗겨진 백약이오름…“2년 출입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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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탐방객 몰려 훼손 가속…봉우리 140㎡ ‘봉쇄’

[경향신문]

경향신문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백약이오름 정상의 푸른 살갗이 벗겨져 붉은 흙과 돌이 드러나 있다. 제주도는 훼손이 심각해지자 2년간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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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 유명해진 뒤 ‘수난’
정상엔 풀 대신 흙·돌 드러나
식생 파괴로 점점 원형 잃어

송악산 정상 ‘휴식년’ 1년 더
문석이오름 등 연말까지 연장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오름. 20여분 올라 정상부에 도착해 동쪽을 보면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이 봉우리에 오르면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30일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봉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많았다. 이곳은 TV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탐방객이 몰리고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경관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주요 지점인 봉우리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봉우리 바닥면은 초지로 이뤄진 오름의 다른 곳과 달리 살갗이 벗겨진 듯 풀 대신 붉은 흙과 돌을 드러내고 있었다.

앞으로 2년간 이 봉우리는 오를 수 없다. 제주도는 백약이오름 봉우리 140㎡에 대해 이달 1일부터 2022년 7월31일까지 2년간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탐방객들이 계속적으로 밟은 자리에 식물이 자라지 못해 식생이 파괴되고 흙이 유실되면서 원형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출입제한 조치에 따라 백약이오름은 탐방로를 통해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문제없으나 출입제한선을 설치한 정상 능선 내 봉우리에 올라선 안 된다. 출입하다 적발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방송 등으로 유명해지면서 백약이오름과 같은 특정 오름에 탐방객이 몰려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 복원을 위해 자연휴식년제(출입제한)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대책을 세우지 못한 곳도 있다.

제주도는 송악산 정상부에 대한 자연휴식년제를 2021년 7월31일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상부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정상 분화구 능선의 식생 회복이 다 이뤄지지 않은 만큼 연장을 결정했다. 문석이오름과 도너리오름, 물찻오름도 식생 회복을 위해 올해 12월31일까지 출입이 금지됐다.

용눈이오름과 새별오름의 상황도 심각하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6월 용눈이오름을 모니터링한 결과 탐방매트가 크게 훼손돼 흙이 유실되고 바닥을 드러낸 면적이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또 제한구역인 분화구에 들어가는 탐방객도 있었고 방목된 말과 탐방객의 거리제한도 없어 사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광객이 단기간에 몰린 오름은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주차난, 쓰레기 투기, 출입제한 지역 무단침입 등의 문제도 동반되기 일쑤다.

제주도 관계자는 “용눈이오름과 새별오름은 방송으로 유명해지면서 도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많이 찾다보니 훼손이 심하다”면서 “다만 자문위원회 의견을 얻은 결과 용눈이오름 등은 바닥매트를 새롭게 설치하는 등 탐방로 시설을 정비한 후 효과를 살펴보고 12월에 다시 출입제한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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