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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세계타워]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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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아시아나 인수 가부 조속 결정이 모두에 이익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결정 내용보다 결정 시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싸고 매각 무산, 국유화, 합병 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과 관련된 이슈라 국민 관심이 크다.

세계일보

나기천 산업부 차장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몇 달간의 실사 등을 거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쉽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룬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거의 대부분의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 그 불확실성의 공포 역시 만만치 않다.

항공업계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각국의 하늘길 봉쇄와 국민의 여행심리 추락으로 국제선 10대 중 1대꼴로 하늘을 날고 있다. 그마저도 탑승률이 저조하다.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운송 실적은 전년에 비해 95%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돌을 던지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서 지금은 인수 포기가 오히려 나은 해법일 수 있다.

문제는 결단의 시기다.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는 것은 HDC산업개발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까지 크게 훼손시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한 달에 반만 출근하고 그만큼의 급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매달 인건비와 리스비 등을 포함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회사는 직원의 희생을 발판삼아 오로지 매각 성공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총력을 기울일 뿐이다.

시장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바라는 것은 딱 하나일 것이다. 조속히 인수 가부를 결정하는 것. 이것이 국민과 국가 경제, 한 식구가 되려 했던 회사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필요하다면 계약금 반환소송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받으면 될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는 HDC현대산업개발도, 금호산업도, 아시아나항공도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거래종결일을 한 달여 남겨두고 “변화한 상황을 고려해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자”면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두세평 월셋집 계약을 해도 한 번 도장 찍으면 끝인 게 거래의 이치다.

돌이켜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작년 인수 결정 타이밍이 최악이었던 것 같다. 반대로 지금의 인수 포기 결정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에게 최선일 수 있다.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HDC가 모빌리티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출사표가 떠오른다. 그때는 코로나19라는 이름의 블랙 스완(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등장할지 아무도 몰랐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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