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이 졸속이란 점은 발표 직후 서울시 과천시 등 주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발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서 이미 확인됐다. 무엇보다 대책의 골간인 공공재건축에서 효과적인 공급이 이뤄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건축 환수이익을 90% 이상 거둬 가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을 섞어 짓는 방식에 대해 일부 재건축조합들이 실익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핵심 요지인 용산 캠프킴 자리를 도심 상업시설이 아닌 임대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 토지 이용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정부과천청사, 태릉골프장을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방안 또한 오로지 집값 잡기용으로 불쑥 내뱉을 사안은 아니다.
근래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급 대책 없이 분양가상한제 세금인상 대출억제 등 수요 억제만으로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됐지만 정부 여당은 귀를 막고 있었다. 그러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조차 ‘역대 정부 가운데 현 정부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비판을 쏟아내자 벼락치기로 대책을 만들어 발표했으니 엇박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공급은 정부 여당이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그렇게 만들어져서도 안 되는 정책이다. 서울시 경기도 등 광역지자체는 물론이고 구청 수준에서도 이미 자체적인 도시개발계획의 원칙과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책 대상인 민간 재건축아파트 주민들의 의사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일단 정부가 수요억제책과 함께 공급대책을 병행하기로 한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현실성 있게 대폭 수정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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