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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벼락치기’ 8·4 대책, 대폭 손질 안하면 공급확대 공염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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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23번째 부동산 대책인 ‘8·4 수도권 주택공급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 강남을 포함해 수도권에 13만2000채를 추가 공급하는 정도의 대규모 대책이라면 시장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꺾어 놓을 만한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8·4대책을 서둘러 만드느라 지방자치단체와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고밀도 재건축아파트 조합원들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부 희망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더 손상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책이 졸속이란 점은 발표 직후 서울시 과천시 등 주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발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서 이미 확인됐다. 무엇보다 대책의 골간인 공공재건축에서 효과적인 공급이 이뤄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건축 환수이익을 90% 이상 거둬 가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을 섞어 짓는 방식에 대해 일부 재건축조합들이 실익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핵심 요지인 용산 캠프킴 자리를 도심 상업시설이 아닌 임대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 토지 이용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정부과천청사, 태릉골프장을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방안 또한 오로지 집값 잡기용으로 불쑥 내뱉을 사안은 아니다.

근래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급 대책 없이 분양가상한제 세금인상 대출억제 등 수요 억제만으로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누차 제기됐지만 정부 여당은 귀를 막고 있었다. 그러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조차 ‘역대 정부 가운데 현 정부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비판을 쏟아내자 벼락치기로 대책을 만들어 발표했으니 엇박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공급은 정부 여당이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그렇게 만들어져서도 안 되는 정책이다. 서울시 경기도 등 광역지자체는 물론이고 구청 수준에서도 이미 자체적인 도시개발계획의 원칙과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책 대상인 민간 재건축아파트 주민들의 의사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일단 정부가 수요억제책과 함께 공급대책을 병행하기로 한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현실성 있게 대폭 수정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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