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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전태훤의 왈家왈不] 쥐어짜낸 공급이 수도 이전의 보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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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천정부지 집값 문제를 잠재우겠다며 여권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꺼낸 사이에 정부가 4일 서울∙수도권 13만가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서울∙강남으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문제의 집값 상승을 해소하겠다는 대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동안 정부가 부족한 공급을 늘려 불안한 시장 심리를 달래려는 서로 다른 방향의 처방을 내놓은 건데, 어째 이를 보는 마음이 시원치만은 않다.

쉽게 말해 한쪽은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서울의 주택 수요를 비우겠다는 거고, 다른 한쪽은 비우겠다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데, 이게 서로 손발이 맞는 것일까 싶어서다.

그간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시장이 외쳤을 땐 미온적이다가, 이제서야 ‘영끌(영혼까지 끌어옴)’ 공급을 하겠다니 그럴 수밖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여겨졌던 층고 제한 상향(35층 이하→50층 이하)과 공공인 경우로 한정하긴 했지만 재건축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늘려 주겠다는 선심까지 썼으니, ‘혹시 다른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반응이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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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함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이번 공급 확대 내용을 보면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에 어떻게든 공급 가구를 늘려 보겠다는 ‘애절함’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나서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건드리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으니,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택지 상황에서 공급을 더 늘리려면 놀고 비는 땅을 찾는 것은 물론 기존 개발 예정지의 용적률까지 올려주지 않고는 ‘숫자’를 맞추기 힘들었을 테다.

공급 확대 발표에 앞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하겠다는 논의가 거대 여당을 중심으로 무르익어 가는데 이렇게까지 쥐어 짜내서 서울의 주택공급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서울로 향하던 주택 수요가 새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분산되면 불필요한 주택이 넘치는 서울의 ‘천박함’은 또 어찌할까.

이번 공급 대책을 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년 4월 치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급부상한 수도이전 이슈는 여권으로선 불리한 카드일 수밖에 없다. 수도를 옮기겠다는 당에 서울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은 뻔한 일이다.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터라 여당 입장에선 표심을 잡아 둘 그럴듯한 대안이 필요했을 거다.

좀 더 멀리 있는 대선을 보자면, 선거 결과를 가를 중요 변수인 충청권 표심을 잡는데 행정수도 이전 만큼 매력적인 카드는 없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다음 대선에서 유리하게 끌고 갈 행정수도 완성 이슈를 놓칠 리 없다.

대선 표심도 확실하게 잡아야겠고, 서울 민심도 잃지 않아야 하고.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 수도이전과 서울권 주택공급 확대라는 이면의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이나 서울 주택공급 확대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나 향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긋지만, 이번 공급 확대 이면엔 세종시 이전으로 허탈해할 서울 표심을 달래기 위한 보상이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거란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시장이 입이 닳도록 요구해온 공급 확대가 이제서야 이뤄지게 됐는데, 지금 와서 정치적 해석이 무슨 의미냐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대책을 말하고, 내 편 네 편으로 나눈 편 가르기 대책으로 부동산 정치를 하는데, 정치적인 해석 좀 한들 뭐가 대수겠나.

전태훤 선임기자(bes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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