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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툴젠, 호주서 특허 최종 승인…미국 소송도 곧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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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툴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이미지./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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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연방법원이 국내 바이오 기업 툴젠이 개발한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최종 승인했다. 툴젠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은 호주 특허청 결정에 손을 들어준 종전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툴젠은 이번 호주법원의 인정을 발판으로 올 하반기 시작될 미국 특허 소송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1일 특허업계에 따르면 호주연방법원은 지난달 툴젠이 출원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를 최종 승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호주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툴젠의 등록된 특허를 취소한 호주 특허청의 결정을 인정했지만, 이번엔 툴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호주 특허청은 지난해 7월 이미 등록된 툴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를 문제 삼아 등록을 취소했다. 툴젠은 전달자 역할을 하는 리보핵산(RNA)에 절단 효소인 ‘Cas9′을 결합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교정하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호주 특허청은 툴젠이 2013년 출원한 ‘표적 DNA 시퀀스 절단 관련 RNA와 Cas 단백질을 포함한 조성물·용도’ 특허를 문제 삼았다.

툴젠은 호주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임시 출원 일자인 2012년 10월 23일을 특허권의 우선순위 날짜로 지정했다. 하지만 호주 특허청이 임시 출원일을 기준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본 출원일인 2013년 10월 23일 이전 발표된 논문들과 비교했을 때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호주연방법원도 호주 특허청이 지적한 부분을 인정하며 툴젠이 제기한 소송에서 특허 등록 취소를 인정했다.

툴젠은 패소 직후 호주 특허청과 법원이 문제를 삼은 청구항을 정정해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특허청은 툴젠이 임시 출원에 제출한 문서가 유전자가위 기술의 핵심인 유전자 정보를 가이드RNA로 옮기는 방법이나 Cas9 단백질 사용하는 방법을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툴젠 관계자는 “호주 특허청이 이의 제기해 특허가 취소됐다가 청구항을 정정해서 특허 등록을 유지하기로 지난달 결론이 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로써 호주에 등록한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툴젠은 연내 미국에서 특허전에 돌입한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설립한 브로드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가 주도하는 CVC그룹이 Cas9 핵산-단백질 복합체(RNP) 발명을 두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미국 특허청은 앞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지만, CVC그룹이 항소했다.

툴젠은 미국의 선(先)발명주의 정책에 따라 저촉심사에서 ‘시니어 파티(Senior party)’에 속해 있다. 미국은 현재 ‘특허를 먼저 출원한 자가 기술의 임자’라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3월 이전 특허에 대해선 선발명주의를 따진다. 저촉심사는 같은 발명을 한 출원인이 두 사람 이상일 경우 선발명자를 가릴 때 사용된다.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는 ‘주니어 파티’에 속해 승자를 가린 뒤 툴젠과 맞붙는다. 특허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국에선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의 구두 심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곧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 분쟁의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특허업계에선 적어도 3~5개월 안으로는 툴젠도 특허 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지난달에 구두 심리가 열렸다면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 분쟁은 곧 끝난다는 뜻”이라며 “Cas9 단백질을 이용한 유전자가위 분쟁이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이 시장을 차지하기 전에 빠른 권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최근 유전 질환에서 대사질환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 규모는 2032년 174억달러(22조8500억원)로 추정된다.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엑사셀(영국명 카스거비)’을 개발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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