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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8·15 남북공동기도문, 31년 만에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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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 교회가 매년 발표해 온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 공동기도문’이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북전단지 살포 등으로 인한 남북 관계 경색이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020년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기도문’을 단독으로 발표했다.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측에 공동기도문 초안을 전달했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한 것이다.

NCCK와 조그련은 1989년부터 광복절에 앞서 남북 공동기도문을 발표하고 공동기도 주일예배를 올려왔다. 공동기도문은 NCCK가 서신 연락 등을 통해 초안을 조그련 측에 제안해 양측이 합의하는 형태로 발표해왔다.

종교계에선 남북 관계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남북 공동기도문이 양측 합의로 발표된 점을 감안했을 때 최근 북한 측이 보이는 태도가 다소 의아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북 교회는 매년 부활절에도 공동기도문을 발표해왔으나 지난해엔 합의를 이루지 못해 한국 측 단독으로 기도문을 배포했다.

NCCK 측은 일단 15일 전까지는 조그련의 답신을 기다려보겠단 입장이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는 오는 9일 오후 2시 부천성은교회에서 NCCK 주최 남북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다음은 NCCK가 북한 측에 제안한 기도문 전문.

<2020년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기도문>

자비의 하나님!

이 땅이 일본의 강점으로부터 광복의 기쁨을 누린 지 어언 75년, 우리는 올해도 변함없이 8.15를 맞이하였습니다. 주님께서 한/조선 반도에 허락하신 해방의 복음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과 북/ 북과 남의 그리스도인들은 분단의 현실 때문에 온전히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주님, 이 땅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정의의 하나님!

오래 전 광복을 맞았지만 이 땅은 완전한 독립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분단과 전쟁, 대결과 증오의 세월은 마치 처음부터 적대적인 두 민족인양, 우리를 찢어놓았습니다. 38도선으로 갈라놓은 외세는 여전히 이 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사죄를 거부한 일본은 건건이 훼방꾼 노릇을 합니다. 주님, 이 역사에 제국의 정의가 아닌 하나님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시옵소서.

희망의 하나님!

그럼에도 북과 남/ 남과 북의 형제자매가 다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힘쓰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두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민족사적 합의를 이룬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한 평화통일 약속은 진심어린 민족의 마음이었습니다. 주님, 이러한 희망이 시들지 않도록 도우소서.

평화의 하나님!

이 땅에 뿌리 내린 평화의 나무는 지금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때론 외압에 시달려도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평화의 열매를 거둘 것을 기대합니다. 바라기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보장이란 미명으로 개발하는 모든 무기생산을 그치게 하소서. 주님,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음으로 북과 남/ 남과 북이 평화공존과 상생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구원의 하나님!

지금 온 세계는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크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해방의 감동을 온전히 누리기를 소원하듯이, 온 세계가 감염병의 포로 상태에서 속히 자유롭게 되길 소망합니다. 주님, 어려울 때일수록 남과 북/ 북과 남이 서로 하나의 민족임을 자각하고 협력하게 하시며, 당당히 세계 속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과 번영의 새 언약을 선포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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