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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SC] 어릴 적 우리는 모두 화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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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튜브 <쏨아트> 채널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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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예술 역사가 빌헬름 보링거에 따르면 인간의 미의식 속에는 추상 의지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처럼 선천적인 기질 중 하나라고 한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보고 느끼는 감정을 나의 해석으로 강조하거나 생략해 상상력을 더하려는 의지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추상화를 보면, 마치 사진을 찍은 듯 정교한 사실주의 그림을 봤을 때와는 다른 자유로운 감동을 느낀다.

<쏨아트> 채널은 아크릴 물감으로 추상화를 그리는 플루이드 아트(Fluid Art)를 보여준다. 물감의 흐르는 성질을 이용해서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다채로운 색의 물감을 종이컵에 섞어 내 마음대로 곡선을 그리며 부은 뒤 캔버스를 이리저리 기울여 그림을 완성한다. 그 과정이 쉽고 재미가 있어 어린이 구독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면봉이나 압정, 풍선처럼 엉뚱한 재료가 붓을 대신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흥미롭다. 그렇게 완성한 그림에서는 바다도 보이고 우주도 보인다. 지루한 풍경만 보고 사느라 피곤하던 두 눈이 색의 향연과 반짝임에 번쩍 뜨인다.

배우 류승범은 화가인 아내가 해준 말 덕분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신은 왜 그림을 그리나요?” 그의 질문에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릴 적 우리는 모두 화가였어. 세상의 어린이들을 봐.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 그 아름다운 취미를 당신은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야.” 아름다운 플루이드 아트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다시 화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최고운(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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