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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네타냐후 경쟁자 “전후 계획 내놔라”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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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10월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이 전시 내각을 결성하는 데 합의하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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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연립정부 구성원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신속히 ‘전후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연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7개월 넘게 가자전쟁을 이어가는 동안 애꿎은 병사들만 죽어나간다며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18일(현지시각) 간츠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가 다음달 8일까지 전후 가자지구를 누가,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 등이 담긴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해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직 국방장관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다. 전시 내각에도 참여 중이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자신의 중도성향 소수 정당을 이끌고 연정에 합류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전장에 나간 병사들이 놀라운 용맹함을 보여주고”, “인질들이 가자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일부 정치인은 자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몇주 동안 아랍 국가들의 중재로 이스라엘-하마스 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지난 7일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흐에 대한 지상전을 강행하고 협상에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인질 석방이 물 건너간 상황에 대해 간츠 대표가 총대를 메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매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이스라엘 시민 수천명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인질 석방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전후 행동계획과 관련해 간츠 대표는 하마스나 기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닌 제3의 팔레스타인인으로 구성된 “독립체”가 미국, 유럽, 아랍국가 등 국제 행위자와 함께 가자를 통치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미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찬성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사실상 ‘두 국가 해법’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전시 내각 일원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역시 이스라엘이 가자를 직접 통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전후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 네타냐후 총리의 손에 달렸다면서 “장기적이고 혹독한 실존적 전쟁”을 피하기 위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 쪽에서는 같은 날 반박 성명을 내어 하마스를 격퇴하기 전까지 그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간츠 대표가 내세운 조건은 “이스라엘의 패배는 물론 대다수 인질 구출 포기, 하마스 방관, 나아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 통치에 반대하며 국가 설립 역시 반대한다고 재차 밝혔다. 과거 네타냐후 총리는 ‘두 국가 해법’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극렬히 거부하는 연정 파트너 극우 시오니스트 정당의 압박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극우 세력들은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시 점령하고 이 영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몰아낸 뒤 2005년 없앴던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제법상 불법이다.



현재 연정 구성상 간츠 대표의 국민통합당이 이탈해도 과반 의석이 유지돼 네타냐후 정부가 무너지진 않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지금보다 더 극우 세력 쪽에 의존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극우 파트너들이 이탈하면 네타냐후 정부는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연정 자체가 무너지며,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인생이 끝나는 것은 물론 그의 묵은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극우주의자들은 가자 최남단 라파흐에 대한 전면 공격을 주장하고 있어 휴전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최후통첩에 대해 “민심 이반 신호로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타격이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라파흐 지상전을 이어가며 현지에 머물던 100만명 넘는 피란민 가운데 80만여명이 다시 강제 피란길에 올랐다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밝혔다. 가자 북부에선 자발리야 난민 캠프와 자이툰 마을을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면서 10만명이 다시 피란을 떠났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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