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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줌인] '국경 충돌'로 전환점 맞은 중국의 인도 기술 투자…"미국이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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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충돌로 전환점 맞은 인도 내 중국 투자
인도 기술에 대한 중국 투자 감소
인도 투자 ‘붐’ 이어온 中 알리바바, 텐센트

미국과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거대 인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 미중간 더 넓은 지정학적 경쟁이 인도 내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엔 지난 6월 인도군과 중국군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 내에서 중국 투자에 대한 ‘전환점’이 일어났고 미국의 입지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비즈

인도의 한 패스트푸드 가게에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페이티엠의 간판이 걸려 있다. 16억달러의 인도 결제 시장은 중국 그룹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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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인구 14억명의 거대 인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두 주요 기술 강국의 전쟁뿐 아니라, 기술 전쟁 차원에서도 양국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미중 어느 기업이든 결국 인도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 기술 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국경 충돌로 전환점 맞은 인도 내 중국 투자

앞서 지난 6월 히말라야 국경에서 중국군과의 잔혹한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 인도 동부의 도시 콜카타의 한 음식 배달 기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피살된 병사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현수막 앞에서 그들이 일했던 중국의 음식 배달 스타트업인 ‘조마토(Zomato)’의 빨간 유니폼을 불태운 것이다. 그들은 "인도군 병사들은 죽었지만, 조마토는 중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FT는 "이번 사건은 국경 충돌에 이은 민족주의 분노가 인도 기술 분야에 수십억 달러의 중국 투자를 향한 방식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중국의 기술 그룹이 인도의 붐비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기술 회사들과 자금 역시 중국 경쟁업체들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인도가 점점 더 중요한 시장이 되어가고 기술 중심의 전쟁터인 미국과 중국간 더 넓은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인도 기술에 대한 중국 투자 감소

최근 양국간 긴장으로 인도를 미국 생태계로 향하게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7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도 우정’을 칭찬하며 비슷한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히말라야 사건이 국영 TV에 방영된 지 얼마 안된 시기였다.

당시 사건으로 격분한 야당 지도자들과 전직 군 장성들은 ‘중국의 침략’을 비난하고 뉴델리 등 몇몇 도시에서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파괴하는 등 거리에서 군중 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마찰은 1960년대 국경전쟁을 포함해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중국과 인도 관계의 충돌은 반복돼 왔다. 코로나 사태로 반베이징 정서가 커지면서 인도 정부에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 제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인도 벤처캐피탈 펀드인 아이언 필러의 파트너인 아난드 프라사나는 "지난 30년 동안 인도-중국 관계에 많은 작업이 있었고 그 대부분은 재설정됐다"면서 "지금은 인도 기술에 대한 중국 투자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도 투자 ‘붐’ 이어온 中 알리바바, 텐센트

인도 기술에 대해 중국의 관심이 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기술 투자는 무시할 수 없었고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이끄는 2017~2018년에 인도에 중국 투자 ‘붐’이 일었다. 2017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인도에 대한 중국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총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인도를 제 2의 국내 시장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10대 기술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중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 회사 중 7개는 중국의 전략 투자자의 지원을 받고 있고 미국의 지원도 받고 있다.

중국의 지원도 상위 10위권 이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뭄바이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인 게이트웨이 하우스의 아미트 반다는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이미 한 일을 인도에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도에서 서로의 영업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포트폴리오 회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보여줬다.

알리바바그룹은 인도에서 전자상거래 사이트 스냅딜, 온라인 슈퍼마켓인 빅바스켓,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페이티엠, 뉴스 사이트 엑스프레스비, 음식 배달 앱 조마토 등에 투자했다.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온라인, 교육, 음식 배달, 판타지 스포츠 등 인도의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외에도 바이트댄스, 샤오미, 디디 추싱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

프락시스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마두르 싱할은 "인도와 중국간 긴장이 확실히 미중 거래 경쟁이 일부 감소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 1명 이상이 참여하는 거래 건수는 올해 1월 6건에서 6월 0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미국 투자자와 관련된 벤처캐피탈 거래는 6월에 9건에 달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중국이 침체돼 있긴 하지만 인도 시장에서 ‘아웃’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에 본사를 둔 펀드매니저 바오반은 "지난 몇달 동안의 사건들로 중국 측이 확실히 ‘방심’했음에도 미국을 우승자로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중국의 기술과 자본은 여전히 인도에서 매우 강하고, 최근은 미국 인터넷 지도자들에게 단 한번의 ‘승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고운 기자(w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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