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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전문가가 본 '류호정 원피스'…"80만원이었으면 난리 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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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류호정 패션 "활동적이고 20대 의원에 잘 어울린다" vs "보수적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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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분홍색 패턴 랩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난 류호정 의원(사진=뉴시스),(오른쪽) 류호정 의원이 입은 쥬시쥬디의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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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류 의원이 입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이의 격자 패턴 랩 원피스는 즉시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는 드레스 코드를 어겨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견해부터 "원피스는 일하는 여성의 일반적 복장이다"는 주장까지 류 의원의 패션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폭발했다.

국회는 '근엄한 곳'인데 '감히' 20대 국회의원이 분홍색 랩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과거 류호정 의원이 주로 무슨 옷을 입었나 찾아보니 크게 세 종류였다. △정의당 마크가 새겨진 노란색 점퍼 △검은색 또는 회식 정장 재킷 상의에 바지 △흰색 셔츠다.

눈에 띄지 않거나 정치적 색채가 분명한 옷에서 탈피해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것은 왜 문제가 됐을까. 첫째로 분홍색은 여성성을 과하게 상징하는 색이며 둘째로 원피스의 길이가 다소 짧다는 것, 그리고 랩 원피스 특유의 찰랑찰랑한 느낌이 국회의 엄숙한 권위를 어겼다는 것이다.

분홍색 랩 원피스에 사회적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그녀의 원피스가 아닌 신발에 주목한다. 원피스에 '하이힐'이 아닌 '검은색 운동화' 납작한 스니커즈를 신었다는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며, 신발로 류 의원이 패션이 의도하는 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션업계에서 25년 넘게 일한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는 "류호정 의원은 더운 날씨에 적합한 시원한 소재 원피스에 활동적인 운동화를 신고 있다"며 "20대 국회의원의 활동성과 발랄함을 잘 보여주는 실용적인 패션"이라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팬티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천지인 2020년 대한민국에서 "류 의원의 복장은 20대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가능한 패션이며 이런 복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성차별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출근을 권하는 분위기가 파다했는데 이 정도 복장이 드레스코드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패션은 사회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모습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TF 조정관 데보라 벅스의 대조적인 모습은 패션에 대한 각 사회의 문화적 인식 차이를 잘 보여준다.

정은경 본부장은 올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매우 피곤한 모습을 보였고 시민들은 그의 그런 모습과 노고를 칭송했다. 반면 미국에서 '스카프 닥터'라고 불리는 데보라 벅스는 브리핑할 때마다 형형색색의 스카프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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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19 TF 조정관 데보라 벅스의 스카프 패션/사진=데보라벅스의 스카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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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데보라 벅스의 스카프 패션에 대해 "노련한 정치인의 매끈한 정장도 아니고, 온 국민의 체온을 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흰 가운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학자의 밋밋한 옷차림도 아니다"며 "지금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고 해결하기 쉽지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 명의 인간이며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평했다.

미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오바마 역시 영부인 시절 패션을 통해 자신의 뜻을 드러내 '패션 정치'를 잘 하는 여성으로 꼽혔다.

하지만 공직자·정치인의 패션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사회적 인식에는 큰 격차가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다수의 국내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해온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데보라 벅스 조정관의 자유롭고 화려한 스카프 패션은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서에서는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공직자와 공무원은 화려하게 치장하면 안되고 '고생한다'는 느낌을 연출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국회 본회의장 같은 곳에서는 원피스를 입어도 캐주얼 원피스보다는 비즈니스 정장 원피스를 입었으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그 원피스가 8만원이 아닌 80만원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20대 의원이고 정의당이었기 때문에 허용됐던 패션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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