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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청 승격’ 질본 가고 싶다는 복지부 직원들…”꽃길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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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요새 가장 핫하죠"

최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2~3명이 모이면 자연스레 ‘질병관리청’ 얘기가 나온다. 보건 직종에 있는 일부 공무원은 전출에 대한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다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 퍼졌다고 한다.

조선비즈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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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각 지역의 방역 기능은 청 산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외청으로 독립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에도 현재 각 지역 지방청(경인·부산·대구·광주·대전)을 두고 있는데, 질병청 역시 각 지역 발생하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이런 조직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질병청 조직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것이다.

‘승진이 곧 처우’임을 믿는 공무원 사회에서 조직 확대는 승진의 기회가 더 열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암암리에 질병청 전출을 바라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복지부 직원은 "승진을 마다할 공무원은 없다"며 "질병청 전출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질병청에 갈 수 있다면 갈 예정"이라며 "확대되는 조직에서는 기회가 그만큼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모두가 복지부를 떠나려고 하면 누가 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담당 행정 업무를 하느냐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있어 질본은 방역 업무를, 복지부는 행정 업무를 주로 해왔다. 감염자를 진단하고, 접촉자를 찾아내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질본의 역할이었다면, 복지부는 각 행정부처간 업무 조율과 협조, 필요한 자원 수급 등을 맡아온 것이다.

한 복지부 직원은 "사태 초기 전 직원이 코로나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원 업무에 매달렸는데, 질병청 승격과 관련해 상실감이 크다"며 "질병청 승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 업무의 중요성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 직원은 "지금 어떤 과장들은 대놓고 질병청에 간다고 한다"며 "보건·의료담당 2차관이 생기는데 실무 담당자가 다 질병청으로 옮기면 2차관은 식물차관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복지부 2차관 신설에 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보건·의료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1차관은 기획·조정과 복지 업무를, 2차관은 보건·의료 분야를 맡는다.

현재 1차관 체제에서 4실·6국·15관·77과로 구성된 복지부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2차관 산하의 1실·2국·7과 신설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최대 80명 규모의 신규 인력 충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행안부가 복지부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앞서 질병청 승격 논의 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산하로 두려다가 ‘부처 이기주의’ 논란이 나왔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조직 개편안에는 질병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설과가 여럿 있어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질병청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복지부의 인력 충원에는 관심이 없고, 여론이 좋아하는 질본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며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지만, 질병청을 지원할 복지부 내 행정 조직을 갖추지 못하면 질병청 독립은 물론이고, 복지부의 복수 차관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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