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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n번방 표적 될라’…교사들 “졸업앨범서 사진 빼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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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합성한 사진 유포에 불안

온라인 수업 영상도 유출 우려

교사 91% “졸업앨범에 사진제공 싫다”


한겨레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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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강아무개(29)씨는 다음주에 진행되는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강씨는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이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최근 졸업앨범 속 교사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불안했다. 강씨는 6일 <한겨레>에 “엔(n)번방에서 교사의 사진만 모아두고 나체와 합성한 사진들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졸업앨범 사진 찍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학교 쪽에선 ‘교사가 당연히 졸업앨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어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두려워 졸업앨범 촬영이 무섭다는 목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 강아무개(24)씨가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을 스토킹하고 협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업앨범도 범죄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텔레그램 엔번방에서는 교사 등 특정 직업군의 여성 사진을 합성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능욕 범죄’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동영상 강의 속 교사의 얼굴이 갈무리돼 유출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나온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 4월 전국 교사 812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졸업앨범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70.6%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부산교사노조가 지난달 진행한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1035명 가운데 91.6%가 ‘자신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설문조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에서 교사의 졸업앨범 사진을 두고 품평했다' ‘교사의 사진을 도용해 악의적으로 사용했다'며 졸업앨범과 관련된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임아무개(33)씨는 “학교에서 졸업앨범을 찍기 전에 촬영 의사를 묻는 과정이 없다. 추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범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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