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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경찰, '박원순 성추행 靑보고' 준용했다는 규칙 사실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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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직접보고 근거 있지만…조직 바뀌어

규칙대로면 '국가안보실'에 보고했어야

정작 보고한 곳은 비서실 내 '국정상황실'

경찰 "취지 따르면 맞아"…8년간 그대로

방치 지적에 "관리 못한 건 인정…개정할 것"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노컷뉴스

(사진=이한형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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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근거로 '정부조직법'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 사실을, 누가, 어떻게, 어디에' 보고해야 하는지는 경찰 '내부 규칙'을 준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규칙이 정부 조직 개편 내용을 반영하지 않는 등 오랫동안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체계를 상시로 점검하지 않고,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경찰의 청와대 '직접 보고' 근거가 있긴 한데…"지금은 없는 조직"

7일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 내부 비공개 훈령인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에는 경찰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할 때,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규칙 제16조(보고, 통보 및 하달) 제1항은 '경찰청 상황실은 별표7에 따라 처리가 원칙'이라고 규정한다. 이때 별표7의 '상황처리계통도'에는 '지방경찰청 상황실→경찰청 상황실→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국가위기관리실'이라는 곳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대통령실(이후 대통령비서실로 변경) 소속 국가위기관리실이 만들어졌지만, 2013년 '위기관리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국가안보실 소속으로 재편됐다. 현재는 국가안보실 소속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불린다.

경찰이 규칙을 준용해서 청와대에 보고한다면, 대통령비서실(노영민 비서실장)이 아닌 국가안보실(서훈 국가안보실장)로 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전화로 알린 곳은 '국정상황실'이다. 국정상황실은 대통령비서실 소속으로 안전·치안 등도 담당한다. 경찰 내부 인사도 이곳에 파견 중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이 2012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는데, 이후 조직 개편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 규칙의 취지를 따지면 대통령비서실 소속 기관에 알리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칙의 마지막 개정일은 2012년 12월이다.

황보 의원은 그러나 "2012년 이후 보고 체계를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 조직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것과 별개로 박 전 서울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누가 알렸는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규칙이 대외비여서 직접 업무가 관련 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 상시 공개가 아니라 관리가 잘 안 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계속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측면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개편된 조직 등을 반영하고, 보고 기준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해당 규칙의) 공개 여부도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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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인 측 2차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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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조직법'만으론 근거 빈약…구체적인 보고 규정 만들어야

경찰이 준용한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은 말 그대로 치안상황실 업무에만 적용이 된다. 치안상황실은 경찰 내에서 '112신고' 운영을 주 업무로 한다.

신고가 들어온 것 중 '사회적 이목이 쏠릴 우려가 있는 각종 주요 사건'을 청와대에 빨리 알려 국정 운영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로 직접 보고 규정이 마련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피해자로부터 '고소' 당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어떤 식으로 청와대에 보고해야 하는지는 규정이 없다. 어떤 대상의 어떤 범죄를 누가 어떻게 어디로 전달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경찰은 '장·차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4급 이상 공무원 등이 연루된 중요 사건은 상관에게 보고한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준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경찰 내부 보고에만 해당하는 규칙이라 청와대 보고와는 관계가 없다.

규정이 없으니 무엇이 어떻게 보고됐는지도 불명확하다.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지난달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은 법률가였고, 대권 주자였다"면서 "구체적인 고소 죄명의 명확한 확인 없이 피소 가능성이나 피소 여부만으로 초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진술이나 제출 자료, 추가 고소도 현재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가"라며 "구체적인 보고방식, 보고내용, 보고대상의 안내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청와대로 직접 보고한 근거는 '정부조직법'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고 대상과 보고 방법 등 구체적인 부분은 여러 내부 규정에서 조금씩 준용해 관행적으로 보고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경찰이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번에 드러난 미비한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일은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당시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뒤 약 한 시간 만에 청와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고소사실 유출' 논란이 일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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