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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유통 맞수] 아모레퍼시픽 vs LG생활건강… 코로나에 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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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에 화장품 시장 직격탄… 희비 엇갈린 ‘뷰티 맞수’
사업 다각화·中 오프라인 매출 의존도에 갈린 성적
하반기, LG생건 ‘다각화 계속’ vs 아모레 ‘디지털 체질 개선 주력’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화장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국내 뷰티 맞수 기업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계속된 부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한 303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액은 1조78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2% 감소한 362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24.7% 줄어든 1조1808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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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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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양사의 실적 격차는 더 벌어졌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1분기 이후 이번 2분기까지 61분기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찍은 후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물거품이 됐다.

◇ 코로나에 화장품 매출 직격탄… ‘사업 다각화’에 갈린 성적

양사의 희비를 가른 요인은 크게 두 가지 경영 전략의 차이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사업 구조의 차이다. 양사 모두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면세점이 문을 닫으면서 해당 매출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소비 심리 악화로 로드숍 브랜드가 큰 타격을 받았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도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 31% 감소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방어막으로 화장품 부문의 부진을 털어내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영업이익은 80% 증가했고, 음료부문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3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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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인 손 세정제와 바디워시 제품. /LG생활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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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차석용 매직’ 효과를 재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그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왔다. 올 상반기 기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54%,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부문은 각각 26%, 20%를 차지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부문 비중이 85%에 달한다. 즉, 코로나 19 사태의 충격을 줄여줄 완충재가 없었다는 얘기다. 주요 자회사이자 로드숍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쓰쁘아 등은 코로나 19 직격탄에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고 적자를 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차(茶) 브랜드인 ‘오설록’을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이를 새 성장 동력을 꼽았다. 오설록은 그룹 내에서 화장품과 관련 없는 유일한 사업이다. 그러나 1년 여가 지난 현재 오설록 사업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中 시장 전략도 관건… 온·오프라인 매출 상반

두 번째 요인은 대(對) 중국 시장 전략의 차이다. 양사 모두 중국 온라인 채널에서는 호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올 2분기 중국 온라인 채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아모레퍼시픽은 약 30%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이 기간 중국 이커머스 티몰에서 ‘후·숨·오휘·빌리프·VDL’ 등 5개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대비 188% 급증했다. ‘후’의 ‘천기단 화현 세트’는 스킨케어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고급 브랜드 ‘설화수’ 매출이 전년 대비 매출이 142% 늘었고, ‘헤라’와 ‘아이오페’ 매출도 각각 246%, 2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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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후’(왼쪽)와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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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프라인 매출에선 희비가 갈렸다. LG생활건강은 2분기 중국 오프라인 매출이 약 9% 성장했으나, 아모레퍼시픽은 50% 가량 매출이 급감했다. 업계는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의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이라 해석한다. 실제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 화장품보다 고급 화장품이, 오프라인 유통보다 온라인 유통이 성장세를 보인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2012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래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점포를 매년 100개 내외로 늘려왔다. 하지만 중저가 화장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2016년 매출 767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5519억원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해외사업 매출은 21% 감소한 405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2018년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판로를 확대했다. 또 후·숨·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를 중국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장을 함께 공략해왔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2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고, 전체 해외사업 매출 역시 17% 가량 성장했다.

◇ LG생활건강 "기존 전략 집중"·아모레 "디지털 체질 개선 속도"

두 기업의 하반기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실적 방어와 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LG생활건강은 하반기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반기 선방한 생활용품과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외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뷰티, 생활용품, 음료 등 3개 사업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데일리 뷰티 제품도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올해 초부터 강조했던 ‘디지털 체질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쿠팡, 11번가 네이버,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과 손을 잡고, 이니스프리 온라인 전용 제품을 선보이는 등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왔다.

해외 사업도 온라인 부문에 주력한다. 지난달 인도 화장품 전문 유통사인 ‘나이카(Nykaa)’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설화수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미국 아마존에 아모레퍼시픽과 마몽드를 공식 입점했다.

반면, 중국의 오프라인 매장은 대폭 정리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초 기준 600개에 달하는 이니스프리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연내 100개 이상 폐점할 계획이다. 이미 올 2분기 기준 570여개 수준으로 매장을 정리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디지털 채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맞춤형 화장품 기술, 혁신 상품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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