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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떠나는 검사장들 "檢, 거악 척결 못하고있다…자긍심 잊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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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양부남 부산고검장. [연합뉴스]


지난달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양부남(59·사법연수원 22기) 부산고검장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요즘 수사 관련 법률 개정 등으로 검찰 조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게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면서 “너무 기죽지 말고 지금까지 국가발전과 사회 안정에 기여한 점에 대해 자긍심을 잊지 말자”고 사직 인사를 전했다. 양 고검장은 “검찰이 거악을 척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그는 “훌륭한 포수, 능력 있는 포수는 창공을 날아다니는 맹금을 잡는다. 옹졸한 포수는 잡혀 와 새장에 들어 있는 새에 대해 정체를 파악하겠다며 털도 뽑아 보고, 뼈도 깎아 보고, 껍질도 벗겨 본다”며 “검찰이 옹졸한 포수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자”는 뜻을 전했다.

양 고검장은 “검찰이 거악을 척결하지 못하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너무 엄격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 아닌지”라는 우려도 전했다.

그러면서 ‘죄를 지은 각 사람이 왜 지었는지 그 정을 알게 된다면 슬퍼하고 긍휼히 여겨야지 기뻐하지 말라’는 춘추전국시대 증자(曾子)의 말을 인용하며 “사건 하나 했다고 기뻐할 게 아니고 개개의 사건에 있어서 범죄의 동기와 범죄자의 처한 형편을 잘 살펴야 한다”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또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도 인권보장, 정의실현, 진실발견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자”며 “이것은 누가 알아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검찰인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조상준 서울고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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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사직서를 낸 조상준(50·26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검사장)도 이날 이프로스에 ‘검찰을 떠나며 인사드립니다’라며 사직 인사를 남겼다.

조 검사장은 “제도의 한계와 일부 운용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검찰은 정의롭고 유능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조직”이라며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절대로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태산 같은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하시고, 업무를 마친 후 ‘한 점 부끄러움 없었다’며 스스로 미소 짓는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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