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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레바논 대통령 “로켓·폭탄 등 외부 공격 가능성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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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국제사회 참여는 거부… “진실을 희석하려는 시도는 허락하지 않을 것”

세계일보

레바논 자원봉사자들이 7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일어난 대폭발 사고 원인을 놓고 외부 공격 가능성까지 폭넓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7일 아운 대통령이 “이번 폭발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하겠다”며 “폭발 원인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로켓, 폭탄, 다른 행위 등 외부 공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운 대통령은 “폭발성 물질이 어떻게 항구 창고에 수년간 저장됐는지, 폭발 원인이 취급 부주의나 우연한 사고였는지, 다른 외부 요인이 없었는지 3단계에 걸쳐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베이루트를 방문해 “숨겨진 진실과 제기되는 의문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제적이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폭발사고 진상조사에 국제사회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20여 년간 레바논을 식민 지배했고 독립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레바논은 국제 조사단 구성은 거부했다. 아운 대통령은 이날 “국제 조사단의 조사는 진실을 희석하려는 시도”라며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폭발사고 이후 레바논에서는 정부 불신이 높아지면서 희생자 유가족 등이 국제 조사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진상조사위원 대부분이 정부 고위 관료인 조사단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현 정권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사드 하리리 전 총리도 국제 조사단을 받아들이자고 요청하고 나섰다. 하리리 전 총리가 이끄는 수니파 연합 ‘미래운동’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에서 국민적 신뢰를 받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사고 후 수세에 몰렸다. 아운 대통령과 하산 디아브 총리 등 현 정권 인사들이 친(親)헤즈볼라 성향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국민의 신뢰를 얻은 자신들이 진상조사단 구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항구 창고에 무기를 보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우리는 베이루트 항구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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