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지으면서 교통·일자리·교육 등 주거 인프라 개선을 위한 방안은 빠져 있어 주민 반발만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강남과 강북 사이의 집값 격차가 더 커지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신규택지 3.3만 공급 중 절반은 강북...강남엔 2600가구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신규택지 발굴을 통한 3만3000가구 중 절반 넘는 물량이 강북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에만 1만 가구가 공급돼 전체 물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밖에 용산캠프킴(3100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진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2600가구 공급에 그친다. 전체 물량 중 약 8% 수준이다.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와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200가구), 송파구 문정 미매각 부지(600가구), 거여 공공공지(200가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
반면 강남에선 송파구 마천뉴타운 등 일부 사업장에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공재개발 참여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에는 뉴타운 사업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분포상 강북에 집중돼 있는 것"이라며 "강남은 송파구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정비사업 특성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등을 대상으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추진해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짓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최대 용적률 500%, 최고 층수 50층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70%는 공공이 기부채납 받아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단지에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공급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남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 수익의 90%를 환수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수용할 조합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조합원들은 단순히 높게 재건축하는 것보다 특화설계, 고급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반면 강남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로 공급 감소가 예상되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예정돼 있어 가치 상승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규제를 통해 집값 양극화를 잡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강남에선 다양한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반면 강북은 소외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대규모 주택공급으로 교통량이 늘어나고 단위면적당 편의시설 이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악화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강북의 부가가치는 낮아지겠지만 강남은 높아지면서 집값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지역 주민 불만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노원구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부지에 교통난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직주근접 산업단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여당 소속인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 각 지역구 의원들도 정부 대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반발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지자체 입장에선 유휴지에 공원이나 R&D센터, 기업관련 시설이 들어오기를 원한다"며 "가능한 지자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sun90@newspim.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