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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비 그쳤으니 한시라도 빨리”… 전북 수해지역 복구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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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순창 등 수해지역 피해 복구 나서

전북, 주말 간 2명 숨지고 이재면 1702명 발생

세계일보

전북 순창군 섬진강 상류지역에 최대 567㎜의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유등면 마을주민들이 9일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원망스럽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죠. 밥이나마 지어 먹으려면 가재도구라도 정리해야죠.”

최근 사흘간 지속되던 집중호우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잿빛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난 9일 오전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마을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원지역은 이날까지 평균 447.3㎜의 폭우가 쏟아져 사유시설 1471건과 공공시설 109건 등 총 1580건의 피해가 공식 접수됐다.

특히 금지면 일대는 전날 오후 1시쯤 섬진강 금곡교 인근에서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수문 개방으로 강물이 대거 불어나면서 제방 100여m가 붕괴해 용전·상귀·하도 마을 7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일대 8개 마을에서 3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인근 초등학교와 금지문화누리센터 등으로 잇달아 대피했다.

제방 밀어내고 순식간에 물이 마을을 덮친 터라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뒤 이날 비가 그치고 차차 물이 빠져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서둘러 마을로 달려갔다.

집 안팎 피해 상황을 마주한 주민들은 망연자실했고, 일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쳤다. 안방, 거실 할 것 없이 집안 곳곳이 진흙과 가재도구, 나뭇가지 등으로 뒤덮였고 안방 천장까지 차올랐던 물이 아직 채 빠져나가지 않아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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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 장영수 장수군수 등이 봉화산 진입로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하지만, 주민들은 하늘을 원망할 틈도 없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피해 복구를 서둘렀다. 시내에서 생활하던 자녀들과 인근 친인척까지 달려와 일손을 거들었다. 가정마다 물에 잠겼던 이불과 가재도구 등 살림살이를 집 밖으로 끄집어내고 안방까지 쌓인 흙더미를 치우는 등 수해의 흔적을 지우느라 힘겹게 손길을 움직였다.

금지면 일대 침수된 마을 7곳 중 5개 마을은 이날 곧바로 호우피해 복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2개 마을은 완전히 물이 빠지지 않아 이재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남원에서는 11개 읍면동 450가구의 주택이 침수되고 이재민 1250명이 발생해 인근 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등으로 대피했으며, 이 중 506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남원시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000여명을 수해지에 투입하고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유실된 도로 등에 대한 응급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피해가 워낙 커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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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직원과 주민이 폭우 피해를 본 적성면 태자마을에서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섬진강 상류인 인근 순창지역도 최대 567㎜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해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호우피해는 현재 유등면 지역이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외이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겨 주민 40여명이 인근 초등교로 대피해 임시로 머무르고 있다. 저수지 4곳의 제방이 유실돼 순창읍과 유등·인계·풍산·구림면 일대 57가구의 주택이 침수됐다.

이에 순창군은 이날 곧바로 800여 전 공무원을 유등면 일대 주택 침수지에 긴급 투입해 흙탕물로 뒤덮인 집기류와 물품 등을 정리하고 폐기물을 치우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군인과 의용소방대원, 장류방재단원 등 1300여명도 이날 아침부터 굴착기 등 장비를 동원해 토사가 유출된 도로를 복구하고 침수된 농경지 배수 작업 등에 구슬땀을 흘렸다.

산사태로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장수군은 긴급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침수지 주민 이송과 응급의료 등에 나섰다. 또 이날은 400여명의 공무원 전원을 동원해 유실 도로 등 피해 복구와 함께 주민 긴급 급식지원과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앞서 전날 오후 4시42분쯤 번암면 교동리에 사는 A(61·남)씨와 B(59·여)씨 부부 2명이 산사태로 한꺼번에 흘러내린 흙더미가 주택을 덮쳐 매몰되면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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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9일 폭우로 유실된 개정저수지 일부를 보수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장수군은 또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량 25만t 규모의 개정저수지 제방 일부가 유실돼 붕괴 위험이 높아 하류 상평·하평·농원 마을 일대 주민들을 임시대피소로 긴급 대피시켰다.

전북도는 이번 주말 이틀간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1702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낳았다고 밝혔다. 재산피해도 잇따라 산사태 84건과 도로파손 등 45건, 저수지 유실 19건, 상하수도 시설 파손 15건 등 공공시설 279건과 주택 침수 641건, 축사 침수 61건, 농작물 침수 7884㏊ 등 사유시설 721건 등 총 100건이 발생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오후 전북 남원·진안 일대 호우피해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남원·순창·장수=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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