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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류호정 원피스 지적?… 직장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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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지적이 성희롱, 성추행 피해로 이어져

“복장 얘기, 직장 내 괴롭힘 해당할 수 있어”

세계일보

“치마를 입으면 무릎 위로 3cm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직장인 A씨는 사장의 계속되는 옷차림 지적에 대한 고충을 지난달 한 시민단체에 제보했다. A씨는 “사장님의 옷차림 지적이 너무 심하다”며 “치마, 신발 등 사장님 기준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올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불러 지적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장님 때문에 살이 많이 빠졌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며 이같은 옷차림 지적이 ‘직장갑질’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B씨도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팀장님이 매일 옷에 대해 지적 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외투를 입으면 (팀장이) ‘이런 거 입고 다니지 말라’고 하고 가방을 들고 다니면 ‘아줌마들이 시장바구니로 드는 거야’라며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한다”며 “제가 유별나게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이처럼 올해 제보 받은 ‘직장인 옷차림 지적질 갑질 사례’를 9일 전격 공개했다.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것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기가 됐다.

직장갑질119는 “류 의원의 원피스 복장에 대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의 성희롱, 성차별 게시물이 큰 충격을 주었다”며 “국회의원조차 이렇게 공격당하는데 일반 직장의 이름 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갑질과 성희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직장 내 복장 지적’은 성희롱, 성추행 피해로도 이어졌다. 단체는 “여직원의 옷차림 지적질을 하던 팀장은 ‘뒷모습 보니까 엉덩이가 토실토실해졌다’고 말하고, 거래처 손님이 오면 ‘얼굴 예쁜 사람이 하는 거야’라며 커피 접대를 시킨다”며 “여직원들의 복장 품평, 외모 품평을 일삼던 한 회사의 부장은 ‘나한테 쪽지 보낼 때 하트 같은 것도 보내줘’라고 성희롱을 한다. 옷차림 지적질이 벌어지는 회사는 폭언갑질, 회식갑질, 성희롱 갑질이 함께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복장 지적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직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보고 있다.

직장갑질119 측은 “옷차림 지적질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며 표현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성추행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세계경제포럼(WEF)가 전세계 153개국의 성별에 따른 격차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 한국은 108위를 기록했다. 2020년 대한민국 여성 직장인들은 세계적으로 직장 성차별이 가장 큰 나라에서 복장 갑질, 성희롱, 성추행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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