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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빅판 지원 독자들에 감사… 자립 꿈 이어갈 것”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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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 안병훈 본부장

홈리스 자활 돕는 대중문화잡지 창간 10주년… 누적판매 210만부

노숙인들 재기 발판… 재취업 도와

재능기부 등 있어도 운영 어려움… 판매원 확장·수익 다변화 등 모색

세계일보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빅이슈코리아의 안병훈(38) 본부장이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빅이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자립을 위해 변함없이 한자리에 서 있는 ‘빅이슈’ 판매원들과 이를 지지해주신 독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위대함’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신 판매원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주거취약계층(거리 노숙인·비적정 주거 거주민 등)을 위한 사회적기업이자, 대중문화 잡지 ‘빅이슈’를 제작하는 빅이슈코리아의 안병훈(38) 본부장은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2010년 7월5일 빅이슈 한국판 창간을 시작으로 10년간 ‘빅이슈 판매원’(빅판)이라는 일거리 서비스를 주거취약계층들에게 제공해온 빅이슈코리아는 잡지 판매수익의 절반을 빅판이 가져가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빅이슈 사무실에서 만난 안 본부장은 ‘일반적인 경영 상식만으로 놓고 보면 굉장히 바보 같은’ 이 일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빅판에 도전한 분들에게서 나타나는 긍정적 변화”를 꼽았다. 안 본부장은 “그들이 변화하는 순간순간마다 제가 하는 일이 가슴 뛰는 일이라는 걸 느낀다”며 “정말 힘든 과정임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창립 멤버 3인 중 한 명이자, 유일하게 현재까지 빅이슈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 본부장은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모임’ 온라인 카페지기부터 시작해 문화사업팀장, 판매팀장, 편집국장, 대외협력국장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빅이슈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10년 전, 20대 후반의 방송영상학도였던 안 본부장을 빅이슈라는 도전에 뛰어들게 한 건 ‘그 누구도 손해 보지 않으면서, 주거취약계층의 자립 및 빈곤 해체에 다가갈 수 있다’는 빅이슈만의 특별한 경영 철학이었다. 안 본부장은 2009년 일본에서 만난 빅이슈 일본판 판매원이 스스로 삶을 계획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적절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홈리스들도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사회에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10년간 누적 판매 부수가 210만3682부(지난 5월 기준)에 달하는 빅이슈는 현재 총 18명으로 구성된 편집·운영·PR·빅판자립지원 인력과 재능기부자 및 외부기고가 등이 힘을 모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빅판으로 등록된 홈리스는 1159명(재등록 등 중복 인원 제외 시 525명)으로, 이들 중 49명은 다른 일자리로의 재취업에 성공했다.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사업’ 운영기관이기도 한 빅이슈는 빅판 등 69명에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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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빅이슈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을 때, 빅판이 자립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는 원칙을 지켜나간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진정한 자립은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서 시작한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보금자리 마련부터 취업준비, 지역사회 정착 등의 모든 과정을 빅판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며 “이런 것들이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복지기관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빅이슈이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은 여전한 현실이다. 더 이상 잡지를 사서 읽지 않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한파·미세먼지·폭염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거리 판매 및 신규 빅판 유입을 제약하고 있다. 이 같은 각종 외부적 요인 등으로 지난해 초부터 발생한 경영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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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는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거복지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LH소셜벤처’ 지원사업비를 토대로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특정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면서,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소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잡지를 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거 빈곤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이주노동자·난민·휠체어 장애인 등도 빅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원 확장전략’ 등도 시행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빅이슈의 꿈이 지난 1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데 대해, 빅판의 자립을 지지해주는 독자들 덕분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빅판들의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빅이슈의 시스템이 아니라 따뜻한 눈길과 말 한마디를 건네는 독자분들”이라며 “앞으로도 빅판분들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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