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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열여덟에 홀로서는 '어린 어른'…보호종료아동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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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출신 아름다운재단 신선 캠페이너…"편견 어린 시선 가장 힘들죠"

연합뉴스

보육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아직은 어리다고 할 만 18세에 어른으로 홀로 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탁할 곳이 없어 남의 손에서 자라다 나이가 들어 독립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이 그들이다.

흔히 '고아'로 불리는 아동들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대부분 만 18세가 되면 퇴소한다. 퇴소 이후의 삶을 사는 청소년을 보호종료아동이라 부른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매해 2천600명의 보호기간이 종료된다.

10일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재단에서 만난 신선(27)씨도 보호종료아동 출신이다. 그는 자신을 '1호 아동자립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아동자립전문가는 보호종료아동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 사람으로 신씨가 만들어낸 직업이라고 한다.

신씨는 "보육원에서 나온 후 도움받을 사람 없이 모든 걸 혼자 하려니 답답했다"며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청소년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을 나온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보일러를 켜고 끄는 일부터 고지서를 보고 돈을 납부하는 것까지 모두 어려운 일이었다. 분리수거를 잘못했다가 과태료를 내기도 했다.

이후 신씨는 블로그를 열고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와 자립생활에 관한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다른 보호종료아동들이 댓글로 고민을 상담하고 장학재단 지원서 작성법 등을 배워 갔다.

그러던 차에 신씨가 만난 곳이 아름다운재단이다.

재단은 2000년부터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장학사업을 이어왔다. 작년부터는 보호종료아동을 경제적으로 돕는 데서 나아가 보호종료아동 당사자가 활동가 성격의 '캠페이너'로 나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기회를 주는 '당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선 캠페이너
[아름다운재단 제공]



신씨는 이 프로젝트에서 '열여덟 어른 캠페인 신선 프로젝트'를 열어 보호종료아동들을 인터뷰하고,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신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호종료아동에게 '지지받는 경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대상자 중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후원자를 만나 지지받은 덕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을 봤다"며 "(반대로) 자기편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느끼는 보호종료아동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신씨는 보호종료아동들이 서로에게 지지자가 되어줄 커뮤니티를 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달 말 보호종료아동만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을 직접 열 계획이다.

신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널리고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정보를 공유할 창이 없으니 퇴소한 아동들이 지원제도를 잘 모르고 활용하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지원하는 주거사업이 있는지도 모르고 비싼 월세 계약을 해 정착지원금을 써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보호종료아동 2천606명 중 주거 관련 정부 지원을 받은 이는 870명(33.4%)으로, 3명 중 2명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곽보아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보육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립 안내를 하기 어려운 점이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정부 지원제도를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곽 간사는 "제도를 알고 있어도 지원 조건에 맞는 집을 알아볼 시간이 필요한데, 퇴소 후 당장 집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제도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신씨는 보호종료아동 역시 평범한 꿈과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이라고 말한다.

그는 "보호종료아동에게 가장 힘든 건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이라며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며 예비 범죄자 취급하거나 애써 칭찬하려는 태도에 상처받는다"고 했다.

신씨는 "보호종료아동의 삶이 보편적인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일을 계속해 나가며 보호종료아동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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