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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녹조라떼 피한 섬진강, 미숫가루?… 물난리에 ‘4대강 공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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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4대강 사업 끝냈다면 물난리 막았을 것”

홍준표 “與, 그렇게 막더니… 수해 나니 이제 실감?”

윤건영 “어처구니없어… 자료와 연구로 폐해 증명”

세계일보

지난 8일 오후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연일 기록적 폭우가 이어지자 이명박(MB)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이 정치권에 소환됐다. 특히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던 섬진강이 제방 붕괴로 막대한 피해를 입자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절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 정비를 안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물관리를 일원화를 하겠다며 국토부에서 홍수관리 등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갔다”며 “이후 이렇게 홍수를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MB시절 지류·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고 여권을 겨냥했다.

‘4대강 공과’ 논란은 지난 7일부터 남부지방에 4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범람한 섬진강이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야기했다.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10명의 인명피해와 3000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섬진강은 MB정부 때 해당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의 반론도 이어졌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권의 주장에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반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역대급 물난리 속에 내일부터는 태풍이 온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남 탓부터 하고 있다. 정말 제정신인가”라면서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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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좌)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뉴스1


이 가운데 9일 새벽 4대강 사업에 포함된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붕괴하자 역으로 ‘4대강 사업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합천창녕보가 물흐름을 막아 낙동강 둑이 무너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고 “통합당은 뻘쭘하겠다”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낙동강도 터지고 영산강도 터졌다. 4대 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며 “4대강 전도사 이재오씨도 4대강 사업이 홍수나 가뭄대책이 아니라, 은폐된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새삼 욕만 먹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남 창녕·함안 지역은 과거 낙동강 범람으로 잦은 피해를 입었으나 최근에는 피해가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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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4시쯤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낙동강 본류 제방 30m가 유실돼 인근 장천리 구학·죽전마을 등 2개 마을이 침수됐다. 경남도 제공


지난 2009~2011년에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예산 22조원을 투입한 MB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에 대형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 가뭄을 예방하고 하천 바닥을 파내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목적이다. MB정부는 임기 말인 2011년 20조원가량을 투입하는 4대강 지류·지천 정비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 등으로 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이후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후속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감사원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연관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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