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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게임] 90년대생도 반했네…2D 도트게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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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넥슨의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연`(왼쪽)과 카카오게임즈 `가디언 테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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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단순한 전자오락을 넘어 새로운 각종 정보기술(IT)이 적용되는 치열한 실험실이 됐다. 게임 엔진 기술의 발달로 이미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지만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이루는 작은 픽셀(화소) 단위인 '도트'로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등을 제작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고화질 그래픽이 불가능하던 시절 최대한 간결하게 사람과 사물을 표현하던 기법이 몇십 년 만에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에도 과거의 것을 새롭게 재해석한다는 '뉴트로(Newtro)' 열풍이 거세다. PC게임 전성기 시절 지식재산권(IP)을 살린 모바일 게임들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래픽까지 초창기 게임을 모방하기 시작한 셈이다. 도트가 화려한 부활을 알릴 수 있던 배경이다.

올드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1985년작 '슈퍼 마리오'를 떠올려본다면 이해가 쉽다. 이런 도트게임은 픽셀 하나하나에 일일이 색을 지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력이 많이 들고, 픽셀 하나의 크기가 큰 저해상도 화면에서 자칫 깨져 보일 수 있기에 2D 일러스트 방식, 3D 렌더링 방식에 밀렸지만 뉴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위 '도트 장인'이라 불리는 개발자, 디자이너에게도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트렌드다.

지난달 출시 하루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한 넥슨의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연'이 대표적이다. 1996년 나왔던 PC 온라인 게임 원작을 모바일로 재소환한 게임이지만 원작의 도트 그래픽을 개선하고 모바일에 최적화해서 원작을 아는 올드 유저에게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줬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게 되면서 '바람의 나라:연'은 누적 다운로드 건수 300만건 고지까지 올라섰고, 지난달 22일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2M'을 넘어 2위에 올랐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연' 외에도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2D 도트 기반 게임을 제작해본 경험이 많고, 올 초 그래픽 전문 자회사인 TDF(The Design Frontier)를 설립할 정도로 그래픽에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다.

'바람의 나라:연' 개발을 맡은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는 지난달 열렸던 쇼케이스에서 "PC판을 그대로 쓰지 않고 새롭게 작업했는데 이를 작업할 인력이 부족했다"며 "넥슨의 도트 장인들 외에 그래픽에 관심이 있는 20대 초반분들까지 모아 함께 개발했다"는 후문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가디언 테일즈'도 주목받고 있는 도트 그래픽 게임이다. 침략당한 왕국을 지키기 위한 가디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게임 역시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10위권에 진입하며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개발사 콩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에서 국내 서비스를 맡은 이 게임은 과거 인기 IP가 아니지만 새로운 게임이면서도 캐릭터의 귀여움을 살린 도트 그래픽으로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도트 게임들은 고정된 화면에서 캐릭터가 상하좌우로만 이동 가능하거나 캐릭터 디자인도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이지만 그런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그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된 모양새다. '가디언 테일즈'를 즐기고 있는 직장인 박지원 씨는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이 게임 내용과 잘 어울려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넓어지며 10대부터 40대까지 도트 그래픽 게임을 즐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오거나 업데이트될 도트 그래픽 게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컴투스는 어느덧 출시 10주년을 맞은 도트풍 모바일 게임 '아이모'의 신규 서버 4개를 오픈했고, 지난 7월 엔씨소프트가 준비 중이라고 알린 '트릭스터M' 역시 도트풍 그래픽을 선택한 신작이다.

그래픽 사양이 낮다는 의미는 뒤집어 생각하면 모바일 기기 성능이 좋지 않은 해외에 진출할 때도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도트 열풍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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