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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피플] 박승수 유클릭 소셜테크랩 상무, "리슨투미"…직장내 고충 털어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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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이나 조직이 성범죄 문제를 방치하면 안에서 곪다가 결국 밖으로 터져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면 피해자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승수 유클릭 소셜테크랩 상무(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기업이 ICT를 이용해 윤리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견 정보기술(IT) 기업인 유클릭은 2018년 국내에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성범죄 폭로가 이어지자 ICT를 활용해 기업의 윤리경영을 돕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갑질, 비리 등 피해를 신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두고 있다. 성희롱 등 피해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도 실명인지, 익명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게시판과 차이가 없다. 박 상무는 "피해자가 신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철저하게 피해자 눈높이에 맞춘 신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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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투미 애플리케이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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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서 지난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리슨투미(Listen2me)'가 탄생했다. 리슨투미는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상황이 끝난 뒤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 다양한 설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심호흡을 해보세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모든 행위(성적 접촉 등)에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등 대응 가이드도 함께 제공한다. 박 상무는 "피해 기록 단계에서는 개인 스마트폰에만 해당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신고를 결심하면 기업 내 담당자에게 신원 정보 등이 공개된다.

피해자끼리 '비밀 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리슨투미의 장점이다. 여기에는 유클릭의 매칭 기술이 적용됐다. 박 상무는 "피해자가 기록한 내용 중 가해자 정보만 암호화해 서버에 저장하고, 복수의 피해자가 동일한 가해자를 지목하면 신고자 스마트폰에 '상습범 알림' 문자가 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해자는 조직에서 피해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는 또 다른 신고자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나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내서 신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성범죄 등 비리 근절 서비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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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투미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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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투미 앱은 한전KPS 등 공공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박 상무는 "윤리경영에 관심이 높은 공기업이 리슨투미를 적극 채택하고 있다"며 "최근 다른 공기업 10여 곳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슨투미는 소화기 같은 앱"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기록이 앱에 저장되는 순간 기업은 조직 내에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빠르게 감지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리슨투미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조직 구성원들의 일탈 의지를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클릭은 학교 폭력 예방 버전 리슨투미도 선보인다. 유클릭은 고객사가 지정한 학교에 리슨투미를 무상 지원할 계획이다. 박 상무는 "ICT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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