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4대강 사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4대강 보가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의견과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진은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문이 열려 물이 방류되는 모습.대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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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 ‘4대강 피해 감축설’ 발단
섬진강 피해 커지자 ‘갑론을박’ 확산
실제 4대강 16개 보 지점엔 홍수 안 나
감사원 “4대강 사업 홍수 예방 편익 0원”
섬진강·낙동강 피해 4대강 연계는 무리
역대급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때아닌 ‘4대강 사업’ 논란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강행했던 4대강 사업 대상(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작았던 반면 섬진강은 지난 7~8일 집중된 호우로 9일 둑이 무너지자 야당 일각에서 4대강 사업 효과를 거론한 게 발단이 됐다. 반면 이날 낙동강에서 제방이 무너지자 이번에는 4대강 사업이 원인이란 반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례적인 호우로 인해 정확한 피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영논리에 입각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을 촉발한 건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정작 정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충남 공주) 주민들이 예전에는 홍수 피해가 많았는데 4대강 사업 후 사실상 큰 피해가 없었다고 말한다”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얘기를 많이 듣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근거 자료는 각 정부 부처에 의뢰를 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을 중심으로 수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반대론의 핵심 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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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섬진강은 상류에 댐이 적어 홍수방어능력이 취약한데 하류에 호우가 집중되면서 붕괴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섬진강댐의 현재 수위(193.5m)가 계획홍수위(197.7m)에 달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4대강 사업 찬성 인사였던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4대강 16개 보 지점에 홍수가 안 났고 본류에도 홍수가 없었기에 4대강 사업이 홍수 조절 능력이 상당히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 4대강 사업은 ‘보’ 건설뿐 아니라 준설과 제방 보강 등도 함께 이뤄졌다. 더욱이 보는 가뭄 대책이고, 준설과 제방은 홍수 예방 목적이다. 보는 오히려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경남 창녕군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에 있는 낙동강 제방 30m가 붕괴된 건 4대강 사업 책임론을 불지폈다. 현장 조사를 실시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합천창녕보가 물 흐름을 방해해 강물 수위가 높아져 수압이 올라가자 강둑이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는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로 보 인근에서 제방 붕괴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콘크리트로 지어진 물 배수 구조물과 모래 제방 사이에 물길이 생기면서 제방이 붕괴되는 ‘파이핑’ 현상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댐은 상류에 큰 물그릇을 만드는 것이기에 침수되는 상류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반면, 4대강 보는 댐처럼 생겼지만 수위만 높일 뿐이지 물을 가둘 능력이 없기에 홍수 방어 기능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붕괴 제방이 4대강 사업으로 이뤄졌지만 보와 제방 붕괴의 인과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가 홍수 피해를 확대한다는 것처럼 준설과 제방 보강에 따른 홍수 예방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섬진강 홍수 피해나 낙동강 제방 붕괴를 4대강 사업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사업 시작 전부터 논란이 컸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실이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한 결과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수환경 개선 등 일부 성과를 거뒀으나 충분한 공학적 검토 없이 서둘러 사업을 진행했고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다. 2018년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이 폭우지역의 홍수피해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유의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의 홍수피해 예방편익은 ‘0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강 바닥 준설은 본류가 담을 수 있는 물 용량을 늘려주는 만큼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옹호론은 여전하다. 경남 창녕·함안 지역은 과거 낙동강 범람으로 피해가 잦았으나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가 없었다는 게 근거로 거론된다.
2011년 4대강 사업 이후 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도 감소했다. 서울신문이 국가재난안전포털을 통해 2005~2011년 7년간 수계별 호우 피해를 집계한 결과 총피해액은 2018년도 화폐 기준으로 한강 4521억원, 낙동강 979억원, 금강 3216억원, 영산강 5억원이다. 이에 비해 2012~2018년 수계별 호우 피해는 한강 431억원, 낙동강 57억원, 금강 253억원, 영산강 4억원이었다. 다만 매년 강우량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던 섬진강은 2005~2011년 7년간 피해액이 408억원이었지만 2012~2018년에는 26억원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는 분석은 이미 나왔고 강 중간에 보를 깔면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건 상식”이라며 “4대강 사업 검증도 끝냈고 보 해체 분석도 다 했는데 정부가 여지껏 미적대다 이제 와서 허둥대고 뜬금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 역시 “제방 옆으로 여유 공간을 둬서 강물이 그쪽으로도 가서 머물도록 천변 저류지를 많이 만들어 물을 머물도록 관리를 하는 게 선진적 물관리 방식”이라면서 “홍수를 유발하는 시설인 낙동강 보 해체를 하루빨리 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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