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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이언스샷] 아보카도 언제 익을지 알아낸 하버드 공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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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와 AI로 성숙 시기 이틀내 90% 정확도로 예측

조선일보

식품점 매대에 쌓여 있는 아보카도. 어떤 게 제대로 익었는지 눈으로 알아내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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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가게에 잔뜩 쌓여 있는 아보카도 중에서 어느 게 잘 익었을까. 아보카도가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지만, 일반인이 무턱대고 샀다가 낭패를 보기 쉽다. 관리가 너무 어려워 요리하기도 전에 비싸게 산 아보카도를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학부 수업 과제를 통해 아보카도가 언제 익을지 예측할 수 있는 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상용화되면 장보기의 낭비는 물론 식품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숙 시기 60% 정확도로 하루 이내 예측

하버드대 학내 신문인 ‘하버드 가제트’는 최근 “공학과 응용과학대(SEAS) 학부생들이 수업 과제로 아보카도의 성숙 시기를 예측하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은 보스턴의 식품안전 스타트업인 세이버메트릭스(Savormetrics)의 도움을 받아 먼저 아보카도가 익을 때 나오는 화학성분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가 측정한 정보는 인공지능(AI)에 기계 학습시켰다.

그 결과 아보카도의 성숙 시기를 하루 이내로 60%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성숙 시기를 이틀 이내로 확대하면 정확도 30%가 추가됐다.

학생들은 아보카도의 성숙 시기를 알려주는 앱도 개발했다. 여러 개를 동시에 검사하면 평균 성숙시기를 알려주고, 각각의 성숙 정도도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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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공대 기계공학 전공의 존 슈미츠 학생이 아보카토 성숙 시기를 감별하는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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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 못하고 버리는 과일 줄여 경제적 이득

학부생들은 ‘공학 문제 해결과 설계 프로젝트’ 수업에서 식품점이나 부엌에서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오래된 질문을 해결하기로 했다. 바로 ‘아보카도가 언제 익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이다,

미국에서는 한 해 식품의 40%가 소비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환경단체인 자연자원보전위원회(NRDC)는 매년 580억인 분의 식사를 만들 수 있는 1650억 달러(195조원)를 그냥 버리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문헌 조사를 통해 식료품점이 전체 식품 쓰레기 배출량의 1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NRDC에 따르면 식료품점에서 나오는 식품 쓰레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었다.

소비자들은 과일이 매대에 가득 쌓여 있을 때 손이 간다. 하지만 매대에 쌓여 있다가 지나치게 익어 모양이 나빠지는 과일도 생긴다. 이런 과일은 판매도 되기 전에 버려진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공학 전공의 마크 메네시스는 “과일이 판매도 되기 전에 버려지는 것을 막으려면 어떤 과일이 더 빨리 익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성숙 시기 알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이득

분석 대상으로 아보카도를 선택한 것은 고가의 과일이라 그만큼 성숙 시기 예측의 경제효과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계공학 전공의 조셉 산체스는 “아보카도 몇 개만 쓰레기가 되기 전에 구해도 우리 장비의 값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계공학 전공의 줄리엣 은와규 우메-에제오케는 “상인들은 이번에 개발한 기기를 이용해 아보카도의 성숙 시기를 소비자에게 알려줘 구매 판단을 도울 수 있다”며 “또 성숙 시기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고, 많이 익은 아보카도를 앞에 두는 등 상품 진열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세이버메트릭스의 하르지트 바자즈 대표는 “학생들의 연구 성과를 발전시켜 상용화시킬 계획”이라며 “시판되면 학생들에게 스톡옵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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