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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보험 25건에 원금만 95억… 만삭 아내 살인 혐의는 결국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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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심 엇갈려… 파기환송심서 금고 2년

세계일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만삭 아내 살해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이 모였던 이모(50)씨 사건의 현장검증 당시 사진. 천안=연합뉴스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 동승했던 만삭의 캄보디아 출신 아내가 사망하자 95억원 상당(지연이자 포함시 1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게 돼 살인과 보험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1·2·3심에서 각각 판단이 크게 엇갈리며 관심을 모은 이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이씨의 살인과 보험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졸음운전을 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는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

대전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허용석)는 10일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0)씨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예비적으로 적용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만 인정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과 보험 사기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씨가 아내를 살해해 보험금을 타내려 일부러 사고를 낸 게 아니라 졸음운전을 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데다 피고인 혼자가 아니라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범행 동기가 명확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씨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소견이 있다”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의 사고의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 보험 가입이나 사고 전후 사정 등 정황 증거만으로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다만 졸음운전을 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만삭의 아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씨에 대해 살인죄가 인정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한 바 있다.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살인을 전제로 적용한 보험 사기 혐의도 무죄가 됐다.

앞서 이씨는 2014년 8월23일 오전 3시41분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승합차를 몰고 가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했던 임신 7개월 아내(당시 24세)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캄보디아 출신인 이씨 아내 앞으로 보험 25건이 들어있었으며, 보험금 원금만 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의 지연 이자를 합하면 보험금은 100억원이 넘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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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017년 5월 “범행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후 3년 넘게 진행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해 동기가 명확하다”고 주장하며 사형을 구형했고, 변호인 측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요소가 없다”며 맞섰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쟁점별 의견서까지 내면서 살인 혐의 입증에 안간힘을 썼으나, 재판부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대법원 재상고 절차가 남아있어서 이날 판결이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 대법원 판단과 같은 취지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다시 바뀌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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