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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가족 영화 ‘13년의 공백’,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가족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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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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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이 끊이지 않는 바로 옆 화려한 장례식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라한 장례식장. 능력도 없이 가정을 버린 '마사토'(릴리 프랭키)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마사토는 13년 전 담배를 사러 나간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능력은 커녕 빚더미에 놓인 마사토는 가정을 등진 무책임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지'(타카하시 잇세이)'와 형 '유시오카'(사이토 타쿠미)'는 어머니 '요코'(칸노 미스즈)를 도우며 바르게 성장해 제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간직한 채.

어느 날, 마사토가 위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던 세 가족이 모인다. 유시오카와 어머니는 괜히 찾아갔다가 빚이라도 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에 앞서 병문안을 가지 않는다. 반면 코지는 마사토가 죽기 3개월, 1개월 전 두 차례 마사토를 찾아가 추억을 나눈다.

도박 친구, 단골 술집 직원, 깡패,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조문객들이 주를 이룬 장내 풍경. 코지네 가족은 자신을 소개하는 조문객들을 볼 때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마사토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가족은 몰랐던 마사토의 13년 간의 삶은 조문객들을 통해 드러난다. 가진 것 없지만 타인을 위해 살아온 마사토. 그렇다 한들 가족에겐 최악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유시오카는 끝내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다. 반면 코지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용서한 듯한 눈치다. “아버지가 너무 싫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다.

<13년의 공백>은 원작자 하시모토 고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다. 작중 노랫말처럼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가족의 풍경'인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가정과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죽음은 그의 생애를 반추하게 만든다. 미움과 원망, 기쁨과 슬픔 등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그리움일 테다. 이 영화는 소홀히 여겼던 가족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죽음과 애처로운 가정사를 다루지만 음울하게만 그리지 않은 것이 <13년의 공백>의 매력이다. 아릿한 추억과 키득대게 만드는 유머 코드의 절묘한 조화가 인상적인 영화다.

최따미 디지털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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