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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경실련 부동산본부장 "文대통령 부동산 인식, 기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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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파트값 고작 14% 올랐다고 주장

근거 밝히라고 하자 통계법상 비밀이라 묵살

알 수 없는 수치 내세워 집값 거짓말"

조선일보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개혁본부장이 1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실련 사무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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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서울 아파트값이 고작 14%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 자료 공개 요구는 열번 넘게 묵살하고 있습니다. 수치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실련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부가 ‘중위(中位)매매 값’을 외면하고, 근거도 밝히지 못하는 통계 수치를 쓴다는 것이다. 중위가격은 조사 표본인 아파트 시세를 비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아파트 가격에 가까운 지표다. 김 본부장은 “대책을 세우려면 실제 거래되는 가격이 기준이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최소한 우리 주장이 틀렸는지라도 확인을 해야 하는데, 문 정부는 그것조차 안 한다”고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로 인한 본격적인 민심 이반을 겪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6월 2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약 52%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날 국토교통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2%”라고 해명했다. 근거는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였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를 상대로 ‘통계를 내는 데 사용된 아파트 위치 명이나 적용 시세를 공개하라’고 10여차례에 걸쳐 정보공개 청구 등 공개질의를 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는 “통계법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답변을 거부했다. 김 본부장은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후 경실련은 고위 공직자 부동산 보유 내역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민심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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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경실련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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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1989년 ‘부동산 투기 근절’을 내걸고 출범한 단체다. 동시에 ‘현 정부에 우호적인 성향의 시민단체’로 인식돼 왔다. 그런 경실련이 정부를 상대로 집중포화를 쏟아붓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그 질문에 김 본부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에 기가 찼다”고 했다. 작년 11월 19일 문 대통령이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서 정면 비판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임기 중 단 한번도 부동산 문제를 언급한 적 없는 대통령이, ‘역대 정권 중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더라”며 “참모들에게 집값 10~12% 올랐다는 터무니없는 보고를 받으면서도 판단을 하지 못하니, 밖에서라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로 경실련은 당시 대통령 발언 열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문 정부 출범 후 30개월 중 26개월 간 집값이 상승했고, 서울은 평균 4억원, 강남권은 6억원 올랐다”고 대통령 발언을 반박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나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경실련은 지난 6일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등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금융 정책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 107명 중 39명(36%)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처음엔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다주택 관료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과, 참모들이 보유한 집값이 40~50%씩 뛰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 아직도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문 정부는 집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지난달 14일 국토부가 경실련에 보내온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관련 답변서’를 내밀었다. 답변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동향’(14%) 수치와 함께 ‘한국감정원 주택동향 중위값’(57%) 수치도 경실련에 보냈다. 그는 “국민이 체감하는 수치와 가까운 중위값을 두고 왜 ‘14%’ 값을 쓰는지도 설명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문 정부의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중 다주택자 비율이 많은 것도 문제”라며 “이런 사람들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만드는 부서에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경실련에는 20여 명의 요원과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있고, 집값 문제를 함께 조사하며 분석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불로소득이 없어질 때까지 이 문제를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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