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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널뛰는 세종시 집값-반년 새 3억 뛰었는데…천도론에 1억 또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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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집값이 매섭게 치솟고 있다. 연이어 발표되는 부동산 규제를 피해 투자자가 몰리던 차에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추진 방침을 밝힌 게 결정타가 됐다. 주요 여권 인사들이 이에 속속 동조한 것과 맞물려 세종시는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에서 주택 매매가격지수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세종시(5.38%포인트)로 집계됐다. 세종시 아파트값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 언급되기 전인데도 7월에만 6.53%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7월 마지막 주(27일 기준) 한 주간만에 2.95% 올라 주간 기준 역대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부터는 매주 1%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그렇게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24.94%나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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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시작한 이후 세종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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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아파트값, 올 들어 25% 급등

민간 통계를 들여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세종시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1557만원으로 지난해 말(1180만원) 대비 3.3㎡당 377만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세종시 아파트값이 3.3㎡당 30만원(2.3%)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된다. 34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치면 매매가격이 올 들어서만 평균 1억28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이런 통계를 반영하듯 세종시에서는 인기 아파트 실거래가가 대부분 7억원을 돌파했고 10억원을 갓 넘겼던 중형 아파트값은 10억원 중반대를 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운 도담동을 비롯해 백화점 부지가 들어선 새롬동, 그간 변방이라 값이 별로 안 오르던 종촌동, 행복도시 밖 조치원까지 일제히 상승세를 구가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새롬동 ‘새뜸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7월 14일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6억90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반년 새 2억4000만원 올랐다. 새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7월부터 문의가 부쩍 늘어 하루에도 대여섯 건씩 전화가 걸려온다”며 “얼마 전 11억원에 나온 로열층 아파트가 11억원에 팔렸는데, 이제는 2층 매물도 11억원에, 5층 매물은 12억원에 팔겠다는 집주인도 나왔다”고 귀띔했다. 같은 단지에서 지난 7월 21일 12억원에 계약서를 쓴 전용 99㎡ 아파트는 최근 호가가 13억~14억원에 형성돼 있다. 새롬동 ‘새뜸마을9단지 금성백조예미지’ 전용 108㎡는 지난 6월 11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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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새 실거래가격이 3억원 가까이 상승한 단지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종촌동(1생활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종촌동 ‘가재마을12단지 중흥S-클래스센텀파크2차’ 전용 84㎡는 지난 7월 27일 6억8000만원, 앞서 22일에는 7억9700만원에도 계약서를 썼는데 불과 올 초 4억원 초반대에 사고팔리던 아파트다. 같은 1생활권인 어진동 ‘한뜰마을3단지 더샵레이크파크’ 전용 110㎡는 지난 6월 11억5000만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된 뒤 12억~20억원에 매물로 나온다. 향이 안 좋은 고층일수록 가격이 낮고, 호수 조망이 가능하고 정원을 낀 1층 매물은 20억원을 호가한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거래도 늘고 있다. 세종 고운동 ‘가락마을11단지’에서는 지난 5~7월 세 달 동안만 아파트가 22채나 사고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계약이 단 1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거래량이 늘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6512건. 하루 평균 아파트 36채가 사고팔린 셈이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량(9건)에 비해 4배 급증했다.

세종시 집값은 인근 지역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영향이 크다. 이전에는 비규제지역이었던 대전이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이들에 몰렸던 수요가 대거 세종시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7월 마지막 주 세종시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1.48% 뛴 반면 대전은 0.05%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천도론’이 나오자 세종시 집값은 날개를 달았다.

종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를 해오는 대다수가 인근 대전, 공주 등에서 찾아오는 이들이다. 아직까지는 대전에 비해 매매가격이 덜 올랐다는 인식이 많다”며 “정부가 규제를 수차례 쏟아내도 행정기관이 이전해오면 아파트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세종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세종시 아파트값 오름폭이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부처, 청와대가 모두 옮겨가야 최근 논란이 되는 집값 과열 문제가 해결된다는 취지다. 이후 세종시 집값은 매주 3%에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여당의 ‘세종시 천도론’이 투자심리를 자극했으며 올 8월부터는 행정수도 이전 언급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종시 주택 수급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넘어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많고 행정수도 이전이 가시화되면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는 결과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수요를 예측할 때 전세가격을 매매 시장의 선행지표로 활용하는데, 세종시 전셋값까지 매맷값을 따라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실제로 세종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7월 마지막 주에만 2.17% 올랐다. 올 들어 세종시 전셋값은 16.36%나 급등했다. 종촌동 ‘엠코타운’ 전용 59㎡의 경우 지난 7월 28일 2억4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는데 약 반년 전 같은 아파트에서 9000만원 더 싼 1억5000만원(25층)에도 세입자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전셋값이 확 오른 셈이다.

물론 전셋값 상승세가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예상이 기우라는 시각도 있다. 세종시에서도 집값이 높은 편에 속하는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의 경우 전용 99㎡ 전셋값이 2억8000만~2억9000만원 수준이다. 전세로 나온 매물도 3억원 수준. 매매 실거래가격(11억원)과 비교했을 때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2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즉 적은 금액으로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여당의 섣부른 천도론이 투기 세력에 불을 붙이면서 집값이 출렁이고 있다”면서도 “국회 등이 이전하면 수요가 일부 분산되기는 하겠지만 세종시 천도 재료만으로 집값이 마냥 끌어올려지기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1호 (2020.08.12~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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