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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레바논 참사 질산암모늄 주인은? 모두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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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수습 난항…국제통상 흑역사로 기록될듯

레바논, 반정부시위 들불 속 새 정부 구성에 착수

연합뉴스

질산암모늄 폭발로 전쟁터처럼 돼버린 레바논 베이루트항 주변[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레바논에서 대폭발 참사를 일으킨 질산암모늄의 소유권을 관련자들이 모두 외면했다.

인간의 부실관리로 불거진 사건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전적 시나리오가 재연되면서 국제통상에는 또 하나의 흑역사가 기록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문제의 질산암모늄을 팔기로 한 업체, 사기로 한 업체, 거래를 중개한 업체, 운송한 업체 등 관련자 전원이 자신들은 주인이 아니라고 항변하거나 잠적한 상태다.

앞서 레바논 항만 관리 당국도 베이루트항 창고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질산암모늄을 제거해달라고 법원에 공문을 보내 소유권을 부정한 바 있다.

질산암모늄의 소유권 실종사태에서는 국제통상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문제의 질산암모늄 2천750t은 몰도바에 등록된 화물선 '로수스'에 실려 2013년 11월 레바논에 도착했다.

선박운항 기록에 따르면 로수스는 그해 9월 러시아 서부에 있는 국가인 조지아에서 질산암모늄을 싣고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가던 중에 레바논에 정박했다.

레바논에서 중장비 등 추가 화물을 실으려다가 선체가 너무 낡아 실패하고 항구에 진 채무 때문에 소송에 걸려 발이 묶였다.

물이 새던 로수스는 질산암모늄을 비롯한 화물을 모두 내려놓은 채 2018년 계류된 지점에서 그대로 가라앉았다.

산업계에 따르면 로수스로 운반된 질산암모늄은 2013년 가격으로 70만 달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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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을 주문한 모잠비크 업체 FEM은 물건을 받으면 돈을 주기로 했다며 자신들은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지아에서 질산암모늄을 만들어 보낸 업체인 루스타비 아조트 LLC는 폐업한 상태였다. 영국 법원에 따르면 이 업체의 자산은 채권자들의 청구로 2016년 경매 처분됐다.

이 업체를 인수한 다른 업체인 JSC 루스타비 아조트는 레바논으로 들어간 질산암모늄의 소유자를 따로 들춰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지아와 짐바브웨 업체의 질산암모늄 매매를 중개한 무역업체인 사바로는 영국과 우크라이나에 등록된 기업으로서 웹사이트가 폐쇄된 채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질산암모늄 배달에 실패해 대폭발 사건의 시발점이 된 로수스는 보험가입 증명서를 위조한 무보험 선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총제적 난맥상 때문에 최소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이루트항 폭발사고는 국제통상에서도 흑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으로 간 질산암모늄처럼 위험한 화물의 경우에는 특히 소유자를 명백히 하는 게 분쟁을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야권인사인 가산 하스바니 전 부총리는 "상품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운송되다가 주인도 없이 제3국에 도착했다"며 "그 물건들의 종착지가 왜 여기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폭발 참사는 국제통상의 난맥상뿐만 아니라 레바논 정부의 행정실패도 함께 얽힌 대규모 인재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레바논 내각은 질산암모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십자포화 속에 참사 6일만인 지난 10일 총사퇴를 선언했다.

반정부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은 새 내각을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하산 디아브 총리와 장관들에게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행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국민은 대통령의 처형을 요구한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정치 기득권 전반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루트 EPA=연합뉴스) 레바논 대규모 폭발참사 일주일을 맞은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폭발 현장인 베이루트 항구 근처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leekm@yna.co.kr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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