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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소녀에서 여자로... 설레고 방황하는 그 시절을 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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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여초' 셀린 시아마의 데뷔작 '워터 릴리스'
한국일보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 '워터 릴리스'는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마리와 플로리안 등의 사연을 통해 어른으로 진입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섬세히 그려낸다. 블루라벨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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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어른은 분명 아니다. 아이라 하기도 어렵다. 아이는 아니지만 어른의 세계에도 편입하지 않은 시기. 누군가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마음은 요동친다.

1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워터 릴리스’(15세 관람가)의 주인공 소녀 마리(폴린 아콰르)다. 어른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매사 궁금해하고 의심하며 두근거리고 상처받는다.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 또는 그 좋아함이 사랑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 싱크로나이즈드 대회를 보러 갔다가 자신의 눈에 들어온 플로리안(아델 에넬)을 향한 심정이 딱 그렇다.

마리뿐일까. 마리의 친구 안나(루이즈 블라쉬르)도 탈의실에서 마주친 남자 프랑수아(크리스토프 반데벨데)의 마음을 사고 싶어 발을 동동거린다. 프랑수아의 추파에다 마리의 뜨거운 눈길까지 받고 있는 플로리안도 마찬가지다. 남자 경험이 많은 척, 어른스러운 척하지만 첫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게 들통날까 걱정하고, 남자와 여자 사이를 오간다. 영화는 이 소녀들의 심리를 세밀히 포착해낸다.

제목 ‘수선화들(Water Lilies)’은 여러 의미를 품고 있다. 물 위 아래로 존재하는, 재탄생을 뜻하는 수선화는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놓인, 여인으로 넘어가 새롭게 태어나는 주인공들을 뜻한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싱크로나이즈드 장면을 시각화한 단어이기도 하다.

마리가 플로리안에게 접근하기 위해 싱크로나이즈드를 처음 배우는 순간이 특히 인상적이다. 마리는 수면 위 아름다운 동작과 달리 물 속에서 무질서하게 허우적대는 다리들 모양에 충격받는다.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삶의 진면목일 수 있고, 플로리안의 이중성일 수도 있다. 마리가 받아들이기엔 괴롭다.

지난 1월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14만7,934명)으로 화제를 부른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이다. 원래 2007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갈채를 받은 작품이지만, 한국에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인기 덕에 소개된다. 앞서 시아마 감독의 또 다른 작품 ‘톰보이’(2011) 역시 코로나19 와중에도 3만632명을 불러모았다. 또 다른 영화 ‘걸후드’(2014)는 11월 개봉 예정이다. 한 감독의 전작 4편이 한 해에 한꺼번에 소개되는 건 드문 일이다. ‘시아마 열풍’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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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개봉해 셀린 시아마 열풍을 지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지난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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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마의 힘은 여성 관객에게서 나온다. CGV 예매 자료를 보면 ‘톰보이’의 여성 관객 비중은 무려 74.2%에 이르렀다. 김효정 수원대 영화영상학부 객원교수는 “시아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성(Femininity)과 여성 성(Female Sexuality)을 동시에 다루는데, 이색적인 주제인 데다 묘사가 워낙 섬세해 한 번 접한 관객은 계속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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