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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하루 16시간씩 주 5일하기도"...이주노동자 노동ㆍ주거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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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 못 받아

이주노동자 2명중 1명은 주 52시간이 넘는 초과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10명 중 3명꼴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이주노조는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네팔ㆍ미얀마ㆍ베트남 등 10개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 655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월 두 달간 설문한 결과다.

조사 결과 노동시간과 관련해 응답한 이주노동자(647명)들은 하루 평균 9.6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노동시간이 긴 경우는 하루 16시간씩 주 5일을 일한다고 답한 스리랑카인 어업 노동자였다. 휴일과 관련해 응답자(632명)의 10.9%(69명)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쉬지 못한다고 답했고, 이중 6명은 ‘휴일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시간과 휴일 모두를 정확히 응답한 623명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53.2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7.3%(301명)였다. 주 68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11.9%(74명)였다.



한국일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주최로 열린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부실수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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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명의 이주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29.0%)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임금을 정확히 답한 627명의 평균 임금은 222만1,813원으로, 평균 노동시간(9.6시간)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주거환경도 열악했다. 기숙사에 살고 있다고 답한 545명중 26.4%(144명, 복수응답)은 다른 시간대(주ㆍ야간)에 일하는 노동자와 숙소를 공유하고 있었다. 25.3%(138명)는 숙소가 작업장 소음과 먼지, 냄새에 노출돼 있었고, 15%(82명)는 욕실이 실내에 없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기숙사와 관련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지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ㆍ주거환경 모두 열악하다보니 응답자(648명) 중 57.7%(374명)는 일터를 옮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변경 사유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가 31.0%(1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장ㆍ관리자의 괴롭힘 때문에 사업장을 옮긴 경우도 15.8%(59명)였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비자를 통해 취직한 이주노동자가 이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업주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195명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이중 73.3%(143명)가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답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4년 10개월간의 체류기간을 채우면 ‘성실 외국인 근로자’로 인정돼 비자를 연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나 재고용 등을 전적으로 사업주 결정에 맡기다 보니, 노동ㆍ주거여건상 차별에도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이들이 사업주에 얽매여 사실상 강제노동을 하게 하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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