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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직무상 비밀 이용 투기’ 인정한 손혜원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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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열린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이 12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손 전 의원은 “차명이면 전 재산을 국고로 환원하겠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들은 법정에서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혐의를 부인하면서 전혀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손 전 의원은 2017년 5월과 9월, 목포시의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목포시청 관계자로부터 받았다. 손 전 의원의 조카와 지인, 남편이 이사장인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등은 같은 해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도시재생사업구역 일대에 1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 구역은 2018년 8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됐다. 당시 손 전 의원은 문화재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문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였다.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목포시청으로부터 받은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보안자료’로 판단했다. 국회의원 직무 중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시정돼야 할 중대한 비리”라고 규정했다. 목포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조카 명의로 차명 보유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손 전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뒤 줄곧 거리낄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위법성 여부를 떠나 ‘문화재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가 지인·친척들에게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라고 권유한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도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물론 손 전 의원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인 유죄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상급심에서 무죄를 다투더라도 공인 신분으로 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선 최소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는 게 합당한 도리일 것이다. 이번 판결로 짚어볼 것들이 있다. 우선 부동산 정책과 개발 정보 등 비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직자들은 이번 판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손 전 의원 수사를 맡은 검사가 좌천된 것이 엄정히 수사한 데 따른 인사 불이익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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