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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최악의 수해 앞에서 보여주기식 행사에 급급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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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당정청이 어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어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2배로 상향하기로 했다. 4차 추경 편성 여부는 수해 피해액을 산정한 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을 사망의 경우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침수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조정키로 했다”며 “다른 기준도 상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5년 전에 만들어진 재난지원금 기준이 현실과 맞을 리 없다.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신청절차가 복잡해 시급한 복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지원금을 조정한다지만, 여전히 현실과의 괴리가 큰 데다 저의마저 의심스럽다. 여당은 하루 전까지 4차 추경에 열을 올리다가 느닷없이 “현 재정여력으로 충분하다”고 말을 바꿨다. 코로나19 등으로 3차 추경까지 편성하느라 재정이 고갈됐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물난리만 나면 현장에 달려가는 정치인들의 행태도 문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수해현장 봉사활동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깨끗한 셔츠·장화를 두고 ‘연출’이라는 비판이 일자 흙 묻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초선의원만 봉사활동 소집령을 내려 당내 불만이 쏟아졌고, 민주당은 수해현장 사진촬영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심지어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놓고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까지 벌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 예방효과를 검증하라”고 지시하자 환경부, 국토교통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린다고 한다. 복구는커녕 장마도 끝나기 전에 한가하게 ‘4대강 타령’이니 한심한 일이다. 정치인들이 상대방을 헐뜯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동안 수재민들은 무너진 집과 축사를 일으키느라 진흙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통일부가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북한 인권단체 압박용 ‘페트병 해상 투어’를 진행한 건 한 편의 ‘코미디’다.

코로나19 사태에다 유례없는 긴 장마와 폭우로 국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 국민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마당에 ‘인증샷’을 찍기 위한 정치인들의 봉사활동이 국민 눈에 좋게 보일 리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보여주기식 쇼나 치졸한 말싸움이 아니다. 당리당략을 떠나 무엇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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