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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美, 한번 더 푹 꺼졌다가 반등" "中, IT인프라 건설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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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세계 경제 어떤 상황인가 - 美·中·유럽 전문가 인터뷰

코로나 충격으로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지난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이 1분기보다 무려 9.5%(연율로 환산하면 -32.9%) 감소했다. 1929년 대공황을 포함해 GDP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인 마이너스(-) 10.1%의 2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에 반해 일찍 코로나 위기를 겪은 중국은 1분기에 -10%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2분기에는 11.5%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중국·독일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수출 등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개 국가의 전문가인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린이푸(林毅夫) 중국 베이징대 교수, 아힘 밤바흐(Wambach) 독일 만하임의 유럽경제연구소(ZEW) 소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손 교수는 "미국은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린 교수는 "중국 경제는 2분기에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외부 환경에 불확실성이 많아 정부가 '신인프라건설' 투자로 고용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밤바흐 소장은 "독일이 2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지나긴 했지만 2022년쯤 되어야 비로소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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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美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아힘 밤바흐 유럽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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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미국: 백신 나와도 회복에 수년 걸려

손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조직을 완전히 찢어버렸다"며 "불행히도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과 마스크 쓰기를 준수하지 않아서 감염 상황은 그리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지원한 현금이 떨어지면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V자형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억제되지 않는다면 경제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로 들어가는 더블 딥 혹은 W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이 주는 희망도 제한적이라고 손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백신이 해결의 열쇠이기는 한데, 3억3000만명의 미국인에게 1인당 2번씩 백신을 접종하는 일은 매우 큰 과제"라며 "경기는 백신 개발 같은 한 번의 이벤트로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경기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을 때 올라간 실업률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내려오는 데 6년 이상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②중국: 빠른 회복세… 불확실성 많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가장 좋은 경제 성적표를 낸 나라는 코로나라는 매를 가장 먼저 맞은 중국이다. 린 교수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상반기 경제 성적표는 예상보다 좋다"고 평가하고 "중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재정에 여유가 있어서 재정 자금을 적절히 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는 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해 정책의 집중력을 유지했다"며 "세금을 깎아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해준 일련의 조치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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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중국·유럽의 경제 회복 속도가 제각각이다. 미국과 유럽은 회복이 상당히 더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반면 중국은 지난 2분기에 급반등에 성공했으나 향후 회복 속도는 둔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중국 선양시 야시장을 찾은 중국 사람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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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교수는 그러나 향후 경제 회복에 불확실성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수요가 줄면서 중국 수출 회복이 더딜 가능성과, 미국이 중국 무역과 기업에 가하고 있는 억압을 꼽았다.

린 교수는 "중국 경제 회복의 관건은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이라며 "5G(세대) 이동통신과 IT(정보기술) 인프라를 대규모 확충하는 신인프라 건설 계획(新基建)이 진행되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과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도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마트 제조, 5G 이동통신,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부문에서 중국은 선진국들과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며 "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 이 혁신이 금세 눈덩이처럼 커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③독일: 2022년 돼야 예전 수준 회복

독일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2.0% 성장하면서 코로나 사태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분기 GDP는 -10.1%를 기록하면서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밤바흐 소장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불황이었던 독일 제조업이 코로나 충격까지 받았다"며 "전 세계에서 이동이 제한되면서 독일 수출이 줄어든 것이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밤바흐 소장은 3분기 이후 독일 경제에 대해 "깊숙이 하강했다가 서서히 회복하는 깊은 V자형을 보일 것"이라며 "3분기 이후에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플러스로 나오겠지만 GDP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2022년쯤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의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실업률은 최근 몇 달 사이에 5%에서 6%로 약간 상승했을 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정부가 대규모 실업을 막기 위해 코로나 사태 발발 초기에 조업 단축 근로자의 임금 손실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실시한 것이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원금을 받는 조업 단축 근로자들을 설문 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3분의 1이 '결국 해고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美·中·獨 경제 비교] 수출 의존도 높은 독일이 최악 상황

미주와 아시아, 유럽을 대표하는 미국·중국·독일 3국 중에서는 어느 나라의 경제 상황이 가장 안 좋을까. 본지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독일이 미국보다 상황이 더 나쁘고,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중국도 회복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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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독일 경제난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한국보다 더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세계 경제가 2분기에 침체를 겪는 바람에 미국, 중국, 브라질, 인도에 대한 독일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출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내수 부양책을 쓰고 있다. 손 교수는 "독일 경제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 매우 의존적이기 때문에 향후 독일 경제의 향방은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대학 부설 'ifo경제연구소'의 티모 볼쇼이저(Wollschäuser) 경제전망 팀장(교수)은 "5월 이후 독일의 생산과 판매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면서도 "노동시장 회복은 매우 느리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업 단축을 중단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회사들의 수가 아주 조금씩 늘고 있을 정도로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디지털기술의 선젠광(沈建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제조업 생산, 고정자산 투자, 소매 판매액, 수출 등의 회복세가 6월 이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는 7월에 1년 전보다 0.5% 오르는 데 그쳤다"며 "이는 서비스 부문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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