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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미디어 대부'  레드스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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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컴ㆍCBSㆍ파라마운트 등 소유
92세까지 현역... "콘텐츠는 왕" 지론
한국일보

11일 사망한 섬너 레드스톤 비아콤CBS 회장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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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일군 섬너 레드스톤 전 비아콤CBS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7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레드스톤 전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내셔널 어뮤즈먼츠사가 성명을 통해 그의 사망을 알렸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레드스톤은 맨손에서 시작해 끝없는 사업 확장으로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CNN방송을 만든 테드 터너,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루퍼트 머독과 함께 ‘3대 미디어 재벌’로 꼽힌다.

1923년 미국 보스턴에서 가난한 유대인 행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인생 전체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좋지 않은 형편에도 학업에 몰두해 하버드대에 들어갔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군에서 일본군 암호를 해독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워싱턴에서 로펌 변호사로 잘 나가던 레드스톤은 1954년 아버지와 함께 극장 운영을 시작하며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실함과 뛰어난 사업 감각을 앞세운 그는 극장 수를 12개까지 늘렸다. 요즘 여러 개 영화를 동시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개념도 원래 레드스톤의 아이디어였다.

시련도 찾아왔다. 1979년 레드스톤은 보스톤 코플리호텔 화재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어 3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은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당시 의사는 “정상적인 육체를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굳은 의지로 재활에 임했고, 은퇴 시기를 훌쩍 넘은 63세에 주류 미디어 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1986년 뮤직비디오 채널 MTV 등을 운영하는 케이블TV 네트워크 비아컴을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손에 넣은 것이다. 인수 금액은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32억달러(3조8,000억원)에 달했는데, 3분의 2가 은행 대출이었다. 도박이나 다름 없던 그의 결단은 미디어 수요가 폭증을 거듭하면서 멋지게 들어맞았다. 이후 1993년 대형 영화 배급ㆍ제작사 파라마운트를 합병했고, 6년 뒤 미국 3대 지상파 채널인 CBS도 373억달러에 사들였다.

레드스톤은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2016년(92세)까지 경영을 손수 맡을 정도로 현장을 중시했다. 평소 “콘텐츠가 왕”이라는 지론을 바탕으로 내실을 갖춘 자회사는 아무리 적자가 나도 끝까지 안고 갈 만큼 미디어 자체를 사랑했다. 자서전에 나오는 “비아콤이 곧 나다”라는 고백은 미디어에 대한 그의 애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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