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사설]의료계의 총파업 강행이 부당한 3가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전국의사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피부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동네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20% 정도가 휴진하겠다는 입장을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끝내 14일 파업을 강행하는 모양이다. 1주일 전 전공의들이 먼저 파업한 데 이어 개원의들까지 나선 것이다. 하루뿐의 파업이지만, 참가하는 의사들이 훨씬 더 많아져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의협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협의 집단행동은 명분에도 맞지 않고,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며 의도마저 의심된다.

의협은 한국의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한국처럼 신속하고 편하게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역별 의료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이중구조를 외면한 절반만 맞는 주장이다. 서울 종로·강남·중구 3개 지역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10.57명으로, 경북 내 3개 지역(군위·영양·봉화) 0.75명의 14배에 달한다.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군·구도 32개에 달한다. 8개 지역은 아예 동네병원 응급실조차 없다. 수도권에선 의사 1인당 환자수가 많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지방은 필수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7.9% 수준이고, 한의사를 제외하면 56.5%까지 내려간다. 이런 상황을 개혁하지 말자는 주장에 동의할 시민이 몇이나 될까. 또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도 철회하라고 요구한다. 코로나19로 공공의료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이는 어불성설이다. 의협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수가 과잉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한 의대 교수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한국 인구는 8% 감소하는 반면 노인 인구는 234% 늘고, 노인이 많아지는 만큼 입원환자 수도 2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시기적으로도 이 파업은 정당성이 떨어진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의사 본연의 임무는 물론 직업윤리까지 팽개치는 행위다. 대다수 시민들이 이 파업을 직역 이기주의에 따른 집단행동으로 보는 이유이다. 게다가 파업의 배경에 의협 집행부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과 한의사들에 대한 질시가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계도 필요하면 파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정당해야 한다.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처사도 아쉽지만, 아무리 보아도 의협의 이번 파업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