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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의사 파업 자제하고, 정부는 열린 자세로 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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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절대부족, 지역·분야별 격차 심각

정부도 강행 말고 의료계 목소리 경청하길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이 결국 오늘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동네 의원들 상당수가 집단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진료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리면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전공의 파업 때는 대형 병원들이 전임의와 교수들을 투입해 버텼다. 이번 파업엔 전공의와 전임의들도 일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진료와 코로나19 대응 인력은 유지한다고 하지만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

의사들의 파업 명분은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 수는 지금도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의사 증원은 모순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지역별 또는 분야별로 의사가 부족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의사 분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의사 수 자체를 늘려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북 1.4명, 충남 1.5명으로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급병원 유무에 따라 지역별로 중증환자 사망률이 두 배씩 차이가 나고, 의사가 없어 공공병원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한시적으로나마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의사로 양성하고, 공공병원이나 감염내과·소아외과·역학조사 등 특수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해 보인다.

물론 정부가 대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어제 담화문을 통해 집단 휴진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화로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의사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나마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니 ‘대화 제의는 속임수’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힘들고 외져서 꺼리는 분야와 지역에 대한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사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10년 복무 후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살인적인 근무환경 개선 없는 증원은 대형 병원의 배만 불린다는 전공의들의 외침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모두 여러 이해집단과 전문가들이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로드맵을 짜야 할 문제들이다.

정부가 여러 비상수단을 동원해 오늘 파업은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비전 공유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2차, 3차 파업을 피할 수 없다. 환자 안전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파업은 자제해야겠지만, 보건당국도 열린 자세로 세밀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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