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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권력비리 사라져" "고용 나아져", 딴 세상 사는 대통령 따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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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서 물러난 윤도한씨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권력형 비리는 사라졌다" "민주정부의 전형이자 모범"이라 했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덕담할 수 있다지만 어느 정도다. 문 정부 실상을 지켜봐 온 국민을 앞에 두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청와대는 대통령 '30년 지기' 여당 후보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공작을 벌였다. 대통령 측근 등 13명이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사건을 파헤치자 수사팀을 공중분해 하고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권력형 비리를 넘어서는 국기 문란이다. 대통령을 '형'이라 불렀다는 유재수씨는 금융위 재직 시절 업자들에게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그런데 청와대 특감반 조사도 빠져나가더니 영전까지 했다. 정권 실세들이 구명 로비를 벌인 게 드러났다. 이런데 '권력형 비리가 사라졌다'는 말을 어떻게 하나. 조 단위 금융 사기 피해가 발생한 펀드 사건들에서 여당 의원, 청와대 직원 등의 연루가 드러났지만 수사는 멈춰 서 있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회계 부정이나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도 마찬가지다. 권력형 비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정권의 애완견이 된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밝히지 못할 뿐이다.현실 왜곡은 이것만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달과 비교하면 5월부터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 고용 상황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으로도 실업자 수가 113만여명으로 7월 기준 2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현장도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자가 는다고 아우성인데 경제부총리만 '고용이 나아져 다행'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부의 고용지표를 내놓을 때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왔다. 그런데 홍 부총리는 "고용시장에 발생한 큰 충격 추이를 모니터할 때는 이 방식이 낫다"며 전달과 비교해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했다. 경제 상황을 호도하고 자화자찬하기 위해 자기만의 논리를 동원해 통계를 비튼 것이다.

"집값이 진정되는 양상"이라는 대통령 말에 국민은 귀를 의심했고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이 궁궐에 갇혔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대통령에게 현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할 참모들이 똑같이 '딴 세상'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러니 뭐가 달라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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